컨텐츠 바로가기

12.26 (목)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비판적 학회 뺀 토론회 여는데…첫 발표자도 '쓴소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 7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2주년을 기념해 학술대회를 열면서 공수처에 비판 목소리를 내온 한국형사소송법학회(형소법학회)는 제외해 뒷말이 나온다. 그런데도 학술대회 참석 예정인 첫 발표자는 “공수처가 정치적 행보를 걷고 권한남용을 했다”라며 공수처를 비판하는 발표문을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가 껄끄러운 학회를 학술대회에서 배제했지만, 쓴소리를 피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공수처 비판 앞장 선 형소법학회, 공수처 초청 못 받아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22일 “공수처 출범 2주년(2023년 1월 21일)을 기념해 첫 학술대회를 12월 2일 개최한다”라고 밝혔다. 대회에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한국형사법학회, 한국형사정책학회, 한국비교형사법학회가 초대됐다.

공수처에 쓴소리를 해온 형소법학회는 초대 대상에서 제외됐다. 주요 전·현직 판·검사와 로스쿨 교수 등으로 구성된 이 학회는 지난해 하반기 정웅석 회장을 포함한 회원 25명 이상이 공수처로부터 통신자료 조회를 당해 “비판적 학회에 대한 사찰”이라고 반발했던 단체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학술대회를 열면서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형소법학회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게 아니냐”라는 해석이 나온다. 형소법학회 관계자는 “공수처로부터 학술대회와 관련해 어떠한 제안도 받은 바 없다”라며 “수사기관이 내 편, 네 편으로 진영을 나누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회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사찰한 것에 대해 공수처로부터 공식 혹은 비공식으로 사과를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정웅석 형소법학회 회장(서경대 교수)이 지난 1월 19일 서경대 연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형소법학회 없어도…첫 발표 “공수처는 정치적 행보, 권한남용”



공수처가 형소법학회를 초청하지 않았지만, 학술대회에선 공수처에 대해 강한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첫 발표자로서 ‘공수처와 타 수사기관 간의 관계’ 주제를 다룰 이윤제(사법연수원 29기) 명지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를 현재의 위기에 빠뜨린 가장 큰 책임은 공수처에 있다”라며 “공수처는 스스로 정치적 행보와 권한의 남용으로 공수처를 왜곡했다”라는 내용의 발표문을 준비했다.

구체적으로 이 교수는 공수처의 공식적 ‘1호 수사’였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특혜채용 의혹이 대표적 사례로 지목한다. 그는 “공수처가 최초의 사건으로 선정하기 위해 경찰이 해도 되는 사건을 뺏어온 것”이라며 “이미 감사원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적용 법조까지 제시한 사건으로서 사실상 새로 수사해야 할 부분은 별로 남아 있지 않았고, 수사에 대한 공정성 논란도 없는 사건”이라고 강조할 계획이다. “중복수사 이첩요청권을 수사가 아닌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남용했다”라는 것이다.

또한 공수처가 지난해 3월 17일 검찰로부터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의혹’을 이첩받은 뒤 같은 해 12월 17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재이첩하고 같은 달 29일 검찰의 기소로 이어진 것도 문제 사례로 꼽혔다. 이 교수는 “기소의견이면 기소하고 불기소의견이면 불기소처분하면 되는데 굳이 ‘합일적 처분’이라는 궁색한 명분을 만들어 공수처의 책임을 검찰로 넘겼다”라며 “공수처의 존립 이유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라고 학술대회 당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공수처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법과 제도의 개선도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보다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은 공수처의 합리적인 운영 및 그 구성원들이 공수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자세와 자질을 갖추는 것”이라고 발표자료에 썼다고 한다. 또 “공수처 구성원들은 공수처가 실패했다는 걸 겸허히 인정하고 공수처의 위상과 명예가 떨어진 원인을 명백히 밝힌 뒤에 그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비판할 계획이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