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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송정열의 Echo]'어메이징'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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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정열 디지털뉴스부장 겸 콘텐츠총괄] #월드컵의 시간이 돌아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국이 펼치는 각본 없는 드라마에 전 세계가 열광한다. 월드컵은 오늘날 세계 최고의 스포츠축제이자 단일종목 최대규모의 세계선수권대회다.

첫 월드컵이 열린 것은 지금으로부터 90여년 전인 1930년이다. 개최국은 축구종가 영국도 아니요,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남미의 축구강국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아니다. 바로 남미의 변방 우루과이였다. 왜일까.

사연은 이렇다. 20세기 초 유럽은 세계 축구의 중심이었다. 유럽국가들은 남미국가들을 대놓고 무시할 정도로 축구실력도 월등했다. 특히 영국을 대표하는 잉글랜드는 유럽국가들 사이에서도 '높은 장벽'으로 통했다.

하늘을 찌르는 유럽의 축구 '부심'(지나친 자부심)을 산산조각낸 주인공이 우루과이였다. 월드컵이 없던 그 시절, 세계 각국이 축구의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유일한 무대는 올림픽이었다. 우루과이는 1924년 파리 올림픽,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 유럽의 강호를 연파하며 올림픽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마침 1930년 건국 100주년을 맞는 우루과이는 참가비 지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첫 월드컵 유치를 강력히 추진했다. '월드컵의 산파' 줄 리메가 이끌던 FIFA도 기꺼이 '축구 신흥강국' 우루과이를 개최국으로 낙점했다.

그렇게 월드컵의 역사가 시작됐다. 총 13개국이 참여한 대회에서 개최국 우루과이는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4대2로 누르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카타르 월드컵은 지역적으로는 중동에서, 계절적으로는 겨울에 최초로 열리는 대회다. 카타르는 2010년 개최지 확정 이후 지난 12년간 월드컵 준비를 위해 2200억달러(약 297조원)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부었다. 7개 경기장을 비롯해 지하철과 호텔 등을 새로 건설하는 등 국가를 개조하는 수준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65억달러(약 8조7750억원)로 예상되는 월드컵 개최수익이 오일머니로 풍족한 카타르의 목표는 아니다. 월드컵을 통해 이미지를 현대화하고 두바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관광비즈니스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다.

하지만 카타르는 개막 전부터 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로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 경기장 건설에 투입되면서 무려 67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서다. 카타르의 성소수자 탄압도 논란이 됐다. 잉글랜드 등 유럽 7개국 팀이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무지개 완장을 착용하려 했고 독일팀은 항의표시로 입을 가리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한국은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경우의 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1, 2차전을 '비잘싸'(비겼지만 잘싸웠다) 와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로 아쉽게 마무리한 한국은 3일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무조건 이기고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비록 한국의 이번 월드컵 도전이 조별리그 3경기만으로 막을 내릴지라도 승리를 위한 우리 대표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 270여분의 경기를 통해 그들은 얼마나 많은 행복과 즐거움을 우리에게 주었는가.

치솟는 금리에 이자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는 영끌족도, 재룟값 상승으로 시름이 깊은 자영업자도, 공부에 지친 수험생도 함께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쳤다. 대표선수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환호와 탄식을 쏟아냈다. 적어도 그 앞에선 진보와 보수, 부자와 빈자, 노동자와 고용주가 따로 있지 않고 우리는 모두 하나였다. 그것만으로도 월드컵이라는 축제가 우리에게 주는 가치와 의미는 넘치도록 충분하다.

올해 카타르 월드컵의 슬로건은 '놀라움을 기대하라'(Expect Amazing)다. 공 하나로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놀라움에 더해 16강 진출이라는 놀라움도 기대해본다.

머니투데이



송정열 디지털뉴스부장 겸 콘텐츠총괄 song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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