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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월드컵 본선 진출국 48개국 확대, FIFA의 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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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사진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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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문화스포츠부장] 월드컵은 4년마다 축구가 가진 위대한 힘을 느끼게 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난달 28일 가나와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 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조규성의 동점골이 터진 후반 15분6초, 표현하기 힘든 짜릿한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즐거운 축제를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얄팍한 상술은 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차기 대회인 2026년 월드컵부터 현재 32개국인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증가한다. 3개 팀이 16개 조로 나뉘어 각 조 상위 2개 팀이 32강부터 토너먼트를 치르는 방식이다. 지금과 비교하면 팀당 조별 리그 경기가 3경기에서 2경기로 하나 줄고 대신 조별 리그를 통과한 상위 팀은 토너먼트 경기가 하나 더 는다. 팀당 경기 수는 지금과 차이가 없는 셈이다. 따라서 본선 진출국은 늘지만 대회 일정은 지금처럼 한 달을 유지할 수 있고 빡빡한 일정 때문에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커질 염려를 할 필요가 없다고 FIFA는 주장한다.

대신 경기 수가 현재 64경기에서 80경기로 는다. 대회 일정을 지금처럼 한 달로 유지하려면 그만큼 더 많은 경기장이 필요하다.
2026년 월드컵이 사상 최초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에서 공동 개최되는 이유 중 하나다.

FIFA가 월드컵 본선 진출국을 늘리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늘어난 본선 진출국 숫자만큼 중계권료 수익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FIFA는 중국과 중동 자본을 노리고 있다. 중국과 중동의 축구 사랑은 각별하다. 중국과 중동의 프로 축구팀들은 때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유럽의 유명 축구선수들을 영입한다. 월드컵을 앞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결별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얄나스르 구단으로부터 연간 1억7300파운드(약 2721억원) 영입 제안을 받았다는 뉴스가 단적인 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1년 베이징을 찾은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를 만났을 때 "중국이 월드컵에 출전하고, 월드컵을 개최하고,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 나의 세 가지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축구광이다.

중국은 아직까지 한 차례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FIFA의 의도대로 본선 진출국 확대가 중국의 본선 진출로 이어진다면 FIFA는 막대한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노동자 착취, 인권 논란 등 카타르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동에서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었던 이유도 FIFA가 중동의 오일 머니에 굴복했기 때문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어쩌면 ‘그깟 공놀이’에 불과한 축구는 때로 전쟁도 멈추게 할 정도로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크리스마스 때였다. 전날까지 서로 총질을 하던 최전선의 영국과 독일군 병사들은 이날 하루 총을 내려놓고 같이 축구를 하고 캐럴을 부르며 비공식 휴전을 했다. 영국의 한 일간지는 당시 영국군과 독일군 병사들이 함께 어울려 찍은 사진을 1면에 싣기도 했다.

혹자는 이런 축구를 위대한 스포츠라고 말한다. FIFA도 그에 어울리는 품격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박병희 문화스포츠부장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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