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나는 오진을 받고 어이없이 병원에 끌려가 임시 병원(方舱) 병상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베이징 인근 텐진에 사는 기자의 중국인 친구 왕(王)씨는 11월 23일 새벽 다급한 전화 벨 소리에 잠을 갰다. 전날인 22일 받은 핵산검사 의 한 시험관 (10명 한통)에서 양성이 확인된 것이다.
왕씨는 코로나19가 전염은 빠르지만 치사율과 증증 우려가 낮아진 점을 생각하면서 별로 긴장을 하지 않았다. 이 무렵 순춘란 국무원 부총리도 매체에 나와 연일 치사율이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약은 무슨 약이냐 뭔 치료법이 있다고. 그냥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낳는 거지". 23일 저녁 의사에게 약 처방과 치료는 언제하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툭 쏘아붙이고 지나친다. 왕씨는 순간 얘기를 잘 못 들었나 싶어 다시 한번 물었다. 의사는 그낭 잠자코 있으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2.12.05 chk@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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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황당하고 끔찍한 일은 그 다음부터 벌어졌다. 왕씨는 의사에게 "나는 음성이다. 빨리 퇴원 절차를 밟아달라"고 부탁했다. 어이없게도 의사는 "여기있는 사람중에 당신만 음성이겠는가"라고 말하면서 그냥 잠자코 있으라는 투로 위협하듯 쏘아붙였다.
곁의 환자는 휠체어를 탄 시각 장애인이었는데 환자 가족인 듯한 여성이 양성이 아닌 엉뚱한 사람을 잡아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병원은 아비규환이었다. 비명과 절규하는 목소리에 병원이 떠나갈 것 같았다.
왕씨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병원엔 경찰도 있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음성 확인이 됐으니 곧 내보내 주겠지". 자포자기하고 그냥 잠자코 기다리기로 했다. 음성인 사람을 계속 가두고 있는 것, 누가봐도 텐진의 코로나 임시병원은 인권침해 현장 이었다.
최근 중국 SNS에 왜 '강제 병원 격리를 피할 10대 수칙(요령)'이라는 문자가 나도는지 이유가 있었다. '코로나 임시병상에 끌려가면 험한 꼴 당한다. 어떻게 해서든 끌려가지 않는게 상수다. 중국 공민은 병상에 강제 격리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수칙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왕씨는 코로나 임시병원에 끌려간지 6일째인 28일 부터 매일 핵산 검사를 받았다. 결국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찾아왔다. 병원 격리 열흘 가까이 되는 날인 12월 1일 왕씨는 정식으로 핵산검사 양성 판정을 받았다.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자신이 직접 코로나 '병원 감염'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11월 23일 왕씨가 병원에 입원할 땐 환자가 몇명 안됐다. 열흘이 다 돼가면서 680개 침대가 꽉 찼다. 그동안 병원이 왕씨에게 해준 것은 하루 밥 세끼 준게 거의 전부다. 사람들중 누군가 임시병원이 환자 장사, '팡창(方舱) 쇼'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2.12.05 chk@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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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감염 환자 치료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데, 해당 병원들과 관련자들은 그 돈으로 뭘하는 것인가. 국가가 내려보낸 혈세 예산을 누가 착복하는 건가". 왕씨는 병원 감염이라는 자신의 억울한 사정도 기가 막혔지만 누군가가 '팡창 쇼'를 통해 나랏 돈을 갈취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서방 국가 같으면 나라가 뒤짚힐 일이다.
왕씨는 자신에 대한 양성 감염 오진이 단순한 실수같지 않다고 여긴다. 검사 결과가 석연치 않고 왠지 조작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장씨는 '막후의 검은 손은 누구인가' 라며 강한 분노를 표시했다.
왕씨의 사례는 치료를 위한 격리가 아니라 사실상 감금이나 마찬가지다. 왕씨는 12일 동안 '감금'후 12월 4일 풀려났다. 하지만 곧바로 집으로 못가고 시설에서 또다시 7일을 격리해야한다. 하늘을 찌를 듯한 왕씨의 분노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보인다.
누구보다 선량하고 국가적 자부심이 강했던 왕씨. 하지만 어이 없는 제로코로나 방역이 나라를 향한 그의 로열티를 차갑게 가라앉혔다. 기자가 요즘 만나고 연락하는 중국인들 가운데 공산당의 제로코로나 방역정책이 옳다고 옹호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기사중 소개한 왕씨 사례는 그가 SNS에 올린 '나는 야전 격리 병원에 끌려와 코로나에 걸렸다'는 체험담을 본뒤 뉴스핌 기자가 4일 직접 왕씨와 문자로 인터뷰한 내용임>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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