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민생 행보'를 강조해왔던 이재명 대표가 오늘(5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사법리스크'에 질문이 집중될 걸 고려해서 별도의 기자회견은 갖지 않았습니다. 대신 최고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을 저격했죠? 한편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이번주 중 이뤄질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정치권 공방은 더 가열될 전망입니다. 관련 내용을 정치인사이드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 IN 해시태그로 찾아온 다정한 소통반장 백다혜입니다. 오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취임 100일을 해시태그로 정리해서 소개해드리려 하는데요. 첫 번째 해시태그는 < #민생 강조 > 입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8월 28일) : 어떤 이념과 가치도 민생에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 끝도 민생입니다.]

지난 8월, 77.77%의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된 이재명 대표가 오늘로 취임 100일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과거 송영길, 이낙연 등 전임 당대표들이 했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오늘 진행되지 않았는데요. 대신 최고위원회의에서 '취임 100일'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지난 100일 동안 민주당은 국민과 당원들의 간절한 여망을 받들기 위해서 민생과 민주 '투트랙'을 중심으로 변화의 씨앗을 뿌려왔습니다. 국민 우선, 민생 제일주의 실천에 매진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을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민생을 포기하고 야당 파괴에만 몰두 중인 윤석열 정부 200일 동안 정치는 실종했고, 대화와 타협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이 정권은 무능, 무책임, 무대책으로 민생경제 파탄, 국민 안전 위협, 민주주의 퇴행, 한반도 평화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정부·여당에 경고합니다.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하십시오.]

이재명 대표는 취임 시작부터 '민생'을 강조해왔는데요.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제안하며 '민생' 앞에 여야와 정쟁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8월 29일) : 윤석열 대통령께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영수회담을 요청드립니다. 민생 앞에 여야와 정쟁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재명 대표는 이후에도 거듭 '영수회담'을 공식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응하지 않고 있죠. 최근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재명 인간 자체가 싫어서 만나지 않는다'는 전언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정부와 야당의 '민생 협치'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더 깊이 전해드리겠습니다. 이 대표,국회에 민주당 대표로 첫 교섭단체 연설에 나섰을 때도 민생을 강조했는데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9월 28일) : 고물가·고금리·고환율 같은 복합경제 위기는 민생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부·여당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서민지갑 털어 부자곳간 채우기' 정책은 민생·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인 양극화·불평등을 확대시킬 겁니다. 우리 민주당이 반드시 막겠습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은 당내에 민생경제위기대책위를 꾸렸고 '이재명표 7대 민생 입법' 과제를 내걸었습니다. 기업이 파업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게 하는 노란봉투법과 함께,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이 담겼는데요. 이 대표는 노란봉투법을 합법파업보장법으로, 양곡관리법을 쌀값안정화법으로 새롭게 명명하면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이 법안들은 모두 본회의 문턱도 넘지 못한 상황입니다. 경기지사 시절에 보여줬던 추진력을 국회에서는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갈 길이 먼 이재명 대표의 발목을 잡은 건 다름 아닌 자신의 사법리스크였습니다. 당초 '유능한 민생정당'을 꿈꿨던 이 대표였지만 당대표 취임 나흘만에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은 겁니다.

[음성대역 :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9월 2일) : 아주 오랜 시간을 경찰, 검찰을 총동원해가지고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하셨는데 결국 말꼬투리 하나 잡은 것 같습니다.]

검찰이 이 대표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소환을 통보한 건데요. 이 대표와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의원총회를 열기도 했죠. 결국 이 대표가 당의 총의를 받아들여 검찰에 불출석했고, 검찰은 경기도청 압수수색으로 맞대응했습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해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9월 6일) : 김건희 여사를 둘러싸고 수사기관들이 지금껏 보여준 행태는 오직 시간 끌기와 봐주기로 일관해왔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을 최대한 조속히 발의할 수 있도록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후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백현동·위례 신도시 개발 등 과거 이 대표의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때 사업들 대부분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되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는데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10월 24일) : 비통한 심정으로 이 침탈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이 역사의 현장을 잊지 마시고 퇴행하는 민주주의, 꼭 지켜주시기를 바랍니다.]

지난 10월 검찰이 민주당과의 대치 끝에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재시도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가 오늘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은 것도, 검찰의 전방위 수사 압박 속에서 이 대표가 수사에 거리를 두며 말을 아껴왔던 점을 고려한 걸로 보이는데요. 지난 달 이 대표가 검찰 수사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히며 강경한 메시지를 내놨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달 25일) : 제가 이거 웬만하면 얘기를 안 하려고 했는데, 지금 검찰이 이 창작 능력도 의심이 되긴 하지만 이 연기력도 형편없는 거 같습니다. 마치 동네 선무당 동네 굿하듯이 꽹과리 쳐가면서 온 동네 시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수사의 목적이 진실을 발견하는 것입니까, 사실을 조작하는 것입니까.]

국민의힘은 오늘 이재명 대표가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은 걸 두고 '범죄 혐의를 회피하기 위함'이 아니냐며 비판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음성대역) : 이재명 대표 100일 동안 민생(民生)은 없었습니다. 이생(李生)만 있었습니다. 민주(民主)당은 없었습니다. 이주(李主)당만 있었습니다 범죄 혐의를 회피하기 위해 취임 100일 기자회견조차 못 하는 것? 이건 재앙입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보호에 나선 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덧붙인 건데요. 오는 11일,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의 구속 기한이 만료됩니다. 이에 맞춰 검찰이 이번주 중으로 정 실장을 기소할 걸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검찰이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을 이 대표의 '정치적 공동체'로 엮은 만큼, 정 실장이 기소된다면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의 칼 끝은 더욱 매서워질 걸로 보입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 {우리나라가 포르투갈 꺾고 16강 진출하는 대신 이재명 대표 기소되기 vs 우리나라가 포르투갈에 지고 이재명 대표 기소 안 되기} 아니 무슨… {아하핳} 16강을 갈 수만 있다면 이재명 대표도 능히 참아내지 않을까.]

한편,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하자 친명계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이 대표와 정치공동체라며 적극 엄호에 나섰는데요. 당 정치탄압대책위는 김용 전 부원장의 공소장 등을 거론하며 검찰을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박찬대/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난 2일) : 악의적인 비밀 누설의 의도는 명백합니다. 입증되지도 않은 혐의 사실을 언론에 유출해 수사 당사자들을 확정적 범죄자로 규정하려는 것입니다. 언론의 단독 보도 뒤에 숨은 검찰의 조작수사,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당내 소신파와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는데요.

[설훈/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주진우 라이브' / 지난달 28일) : '적어도 나 개인, 나 이재명은 이 상황에서 결백하다'라고 선언을 하고 '나는 떳떳하기 때문에 내가 혼자 싸워서 돌아오겠다' 이렇게 선언하고 당대표를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어요. 그 선택은 이재명 대표가 할 문제죠.]

첫 공개 퇴진론에 이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당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조응천/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지난 1일) : 사실관계는 사실은 모르잖아요. {나와봐야 알죠.} 저는 모릅니다. 저는 모릅니다. 그러니까 거기에 대해서 당 공식 라인이 전면에 나서가지고 반박 대응을 하고, 논평을 내고 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불편하다…]

얼마 전에는 김종민, 이원욱 의원 등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 10여명이 주축을 이뤄 토론회를 개최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사당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 주에는 민주당 내부에서 분당 가능성까지도 언급 됐는데요.

[박영선/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KBS '주진우 라이브' / 지난달 30일) : {이재명 대표가 출마하면 분당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경고하셨어요.} 그렇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지금 그때 제가 했던 이야기가 이제 예를 들면 고양이의 탈을 쓴 호랑이와 같은 그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라는 그런 요지의 이야기를 페북에 쓴 적이 있는데요. 그거와 유사하게 돼가는 것 같아서 굉장히 가슴이 아픕니다.]

최근 지도부는 이 대표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한 위기감으로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죠. 박 전 장관의 발언을 두고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은, 분당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며 '현재 당은 상당히 안정돼 있고, 당대표를 중심으로 통일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성준/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적어도 이재명 대표의 측근들은 몰라도, 이재명 대표 자신은 굉장히 결백하다고 하는 데 의원들의 인식이 통일되어 있고. 또 이 문제에 대해서 이재명 대표가 정면으로 대응해서 싸우지 않고 그것은 그것대로 당신이 감당해가면서도 지금 당장 국정과 민생에 올인하는 것은 당대표가 취할 아주 좋은 올바른 스탠스다…리더십의 위기는 없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취임 100일. 그동안 민주당의 지지율은 어떤 변화를 보였을까요? 먼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이 대표 취임 이후 첫 주엔 34%를 기록했지만 12월 첫 주에는 33%로 1%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역시, 취임 첫 주 48.4%를 기록했지만 12월 첫 주에는 46%로 2.4%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30%대의 국정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민주당이 지지율에 있어 반사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결국 국민들에게는 이 대표가 강조하고 있는 '민생 정당'보다는 '사법리스크'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오늘 이재명 대표 취임 100일을 해시태그로 살펴봤던 정치 IN 해시태그인데요. 마지막 말은 이 분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지난 2일) : 정당이라는 것이 어느 사람에 충성하려고 하지 말고 대국민을 상대로 해서 정당의 기능을 갖다가 발휘하려고 애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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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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