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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개혁’ 약속 못 지킨 페루 대통령…16개월 만에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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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이 지난 10월11일(현지시간) 수도 리마의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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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5년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1년4개월 만에 하차한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은 시골 고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대통령직에 올라 화제가 됐다.

페루 역사상 엘리트 집안 출신이 아닌 빈농 가정 출신 대통령은 카스티요가 처음이다. 그는 페루에서도 빈곤한 지역으로 꼽히는 북부 카하마르카 농촌에서 태어났다. 25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한 그는 2017년 페루 교사들의 총파업 시위를 주도하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카스티요는 아무런 정치적 경험도 없는 아웃사이더였으나, 코로나19와 부패한 정치에 지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1차 투표에서 1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결선에서는 유력 보수 정치인이자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1990~2000 재임)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와 맞붙어 1%포인트 미만 박빙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급진 좌파 성향인 카스티요는 선거 과정에서 세금 인상과 주요 산업 국유화 등을 주장했다. 이 때문에 도시 중산층들 사이에서는 그가 당선 후 급진적인 사회경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카스티요 정부는 출범한 지 6개월 만에 총리 세 명과 각료 20명이 물러나는 등 극단적인 혼란에 휘말렸다. 야당과의 대립도 격화돼 취임한 지 8개월도 안 돼 두 차례 탄핵 위기를 맞았다.

카스티요는 의회의 탄핵 시도와 관련해 지난 6일 “재임 기간 내내 의회 일부 세력은 나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데만 집중했다”면서 “그들이 지난 대선 결과를 결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득권 정치 세력의 방해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고 항변한 것이다.

그러나 카스티요 자신도 페루 정치의 고질적인 부패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부패 없는 나라와 새 헌법을 페루 국민에 맹세한다”고 밝혔으나 이후 장관들과 측근들, 가족들이 잇따라 부패 의혹에 휘말렸고, 그 자신도 부패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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