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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소셜미디어·권력의 야합 인한 필리핀 민주주의의 위기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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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마리아 레사/ 김영선 옮김/ 북하우스/ 1만8500원

“기자로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 물러서지 않기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전 세계 모든 언론인을 대표하여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세계일보

마리아 레사/ 김영선 옮김/ 북하우스/ 1만8500원


2021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는 수상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번역돼 출간된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는 레사가 쓴 회고록이다. 자신의 삶에 관해 썼지만, 그 삶 속에 깃든 필리핀의 척박한 언론 현실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저자가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소셜미디어와 권력의 합종연횡, 그리고 이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다. 예컨대 올해 치러진 대선이 이런 소셜미디어와 권력 영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선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는 야당 후보 레니 로브레도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필리핀을 21년간 통치하다 ‘피플 파워 혁명’으로 쫓겨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외동아들이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국민 돈 100억달러를 훔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저자는 “이 선거는 허위 정보와 상시 정보 작전이 소셜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시연장이 됐다”며 “2014년과 2022년 사이에 소셜미디어는 마르코스를 추방자에서 영웅으로 바꿔놓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그는 새로운 기술과 낡은 권력이 결합하고 서로 이용하면서, 한때 시민 참여와 새로운 시대의 민주주의를 열어젖힐 도구로 환영받던 소셜미디어가 사회를 두 쪽으로 나누는 무기가 됐다고 지적한다. 이제 사람들은 사실보다는 소셜미디어 친구들 말을 더 신뢰하고, 이를 강화하는 알고리즘은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를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때 정보 문지기 역할을 하던 언론은 영향력을 급속도로 상실하고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저자는 이 모든 흐름이 민주주의 몰락이라는 디스토피아적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고 지적하면서 “소셜미디어를 믿지 말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 보고, 휴대전화를 치우라”고 권고한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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