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인간이 만든 물질들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됐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아이니사 라미레즈/ 김명주 옮김/ 김영사/ 2만2000원

“남북전쟁 후 쪼개진 나라를 통합할 강렬한 뭔가가 필요했다. 실제로 겨울 휴일은 미국을 ‘연결하는 장치’로 기획되었다. 기업과 철도는 레일을 통해 크리스마스의 모든 조각을 하나로 꿰맸다. 미국 문화의 일부가 된 ‘쇼핑’을 가능하게 한 것도 강철 레일이었다. 열차는 상품을 실어 오는 동시에 이 상품을 소비할 사람들을 상점으로 데려다줌으로써 순환 고리를 완성했다. 크리스마스는 이것을 더 부추겼다. … 원래 에이브러햄 링컨은 11월 마지막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정하고 공휴일로 선포했다. 그런데 몇십 년 후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재계 대표들과 백화점 로비스트들의 끈질긴 요구에 따라 이를 세 번째 목요일로 한 주 앞당겼다. 이에 따라 크리스마스 시즌은 길어졌고 쇼핑할 시간은 더 늘어났다.”(91∼92쪽)

세계일보

/아이니사 라미레즈/ 김명주 옮김/ 김영사/ 2만2000원


우리가 만든 것들이 오히려 우리를 만든다. 우리는 우리가 생산해낸 사물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또 우리는 그 사물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변화시켜 왔다. 산업혁명 이후 인공물질이 지금의 세계를 형성한 과정을 보여준다. 현대 세계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물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재료공학 분야의 발전이 어떻게 우리 생활과 정신, 국가, 다양한 커뮤니티를 형성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의 수면패턴을 바꾼 시계는 서로 교류하게 이끌었고, 철도 레일(강철)은 연결을 통해 국가라는 개념을 빠르게 형성했으며 통신케이블(구리)은 신속한 메시지 전달을 가능케 했다. 사진필름(은)은 차별적인 제도를 포착해냈고, 전구 필라멘트(탄소)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만들었는가 하면, 하드디스크(자기)는 정보 형태를 공유하게 한다. 실험기구(유리)는 발견의 스펙트럼을 늘려주었으며, 칩(실리콘)은 뇌의 배선 방식을 바꾸어놓았다.

중요 발명품들이 가진 힘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을 찾기는 쉽지만, 그러한 창조가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낳은 점이나 잊힌 발명가들까지 들추어내는 책을 찾기는 어렵다. 저자는 발전이 치러야 하는 비용, 발명의 본질, 다양성의 필요에 대해서도 교훈을 준다.

‘교류하다, 연결하다, 전달하다, 포착하다, 보다, 공유하다, 발견하다, 생각하다’ 등 8개 장에 걸쳐 근대 이전 사용했던 물질들에 어떤 한계가 있었기에 새로운 재료를 원하게 되었는지, 신재료는 어떻게 발명되었으며, 이는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한다. 변화는 언제나 일방적으로만 일어나진 않는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