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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야당을 다 죽이겠다는 것 아닌가”…전방위 수사하는 檢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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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렇게 야당을 압박했던 사례가 군부독재 이후 있었나요?”

세계일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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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야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에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대장동 수사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엮는데도 모자라 문재인 대통령에 일반 의원들까지도 모두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 같다”며 “검찰이 야당을 죽이겠다는 목적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주장했다. 그의 말처럼 최근 검찰의 수사 선상에 민주당은 어느 때보다 자주 등장한다. 숱하게 정치적인 탄압이라고 주장해온 거대야당의 목소리에 아랑곳 않고 검찰의 칼은 야당의 정점을 향하고 있다.

최근 검찰의 수사 대상을 보면 이같은 민주당의 주장에는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다. 우선 전국 검찰청이 굴직굴직한 야당 관계자들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검찰의 수사에는 대부분 민주당 관계자들이 등장한다. 이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재판에 넘겼다. 정 실장에게 붙은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부정처사 후 수뢰,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이다. 여기에 뇌물공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 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까지 이 대표의 최측근들은 이미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대장동 수사를 비롯해 이 대표와 그의 최측근에 칼을 들이댄 검찰은 최근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의 뇌물수수의혹을 기점으로 지난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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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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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이날 문재인 정부당시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과 경기도 중앙협력본부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두 사람은 모두 민주당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이 중 경기도 중앙협력본부장은 이정근 사무부총장의 후임으로 한국복합물류 상근고문직에 임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물류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이 전 부총장이나 후임자가 한국복합물류에 취업하는 과정에 청와대 인사비서관의 개입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이 전 사무총장의 CJ 계열사 상근 고문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해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노 전 실장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상태로 알려졌다.

한발 더 나아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최근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구속하면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서 전 실장이 2020년 사건 발생 당시 국가안보실은 물론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해양경찰청 등 관계 부처들 대응을 지휘한 결정권자였다고 보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의 구속과 관련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검찰이 서 전 실장의 입을 열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 원장을 비롯해 청와대 지휘라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 수사결과 문 전 대통령이 사전에 자진월북 및 강제북송 사건의 조작 정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거나,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게 밝혀질 경우 수사는 전임 대통령에 대한 사정수사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헌법과 법률을 초월하는 통치행위는 없다”고 발언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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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왼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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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신 권력인 이 대표 뿐만 아니라 구 권력인 문 전 대통령까지 검찰이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민주당 핵심 권력층 뿐만 아니라 소속 의원들까지 전방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의 뇌물수수와 관련해 검찰의 칼은 중진인 노웅래 의원을 겨눴다. 노 의원은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결백을 호소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미 2020년 노 의원이 사업가 박모씨 측으로부터 각종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구속기소 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노 의원의 집을 압수수색해 5만원권 묶음 등 현금 3억여원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박모씨와 이 전 사무청장 사이에 오간 청탁에서 문재인 정권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과 국회의원, 공기업 임원, 경찰 간부 등 핵심 관계자들의 이름이 다수 나온 것으로 알려져 향후 검찰 수사가 야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엔 검찰이 진성준 민주당 의원의 주변을 수사 중이이기도 하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진 의원 보좌관 출신의 김승현 당시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4500만원을 윤모 전 민주당 강서을 지역위원회 부위원장의 계좌로 송금한 혐의로 건설업자 조모씨를 구속기소했다. 윤 전 부위원장은 지난 5월 양심선언이라며 이 같은 의혹을 폭로했다. 검찰은 조씨의 사전선거운동 혐의에 진 의원과 김 전 후보자가 관련이 있다고 보고,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진 의원은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서, 누구로부터 돈, 금품을 부당하게 받은 적이 없고 누구에게도 부당하게 금품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에 민주당 내부는 들끓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검찰의 야당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왜 차일피일 기소를 미루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검찰의 형평성 문제에는 이 처럼 김 여사가 항상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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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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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의 기소여부를 포함한 수사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들을 지난해 말 기소했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김 여사에 대한 수사만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이는 검찰의 이중적 행태이며,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기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박범계·박찬대·정태호 의원 등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구속 기소된 권오수(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와 주가조작 선수들의 진술만이 없을 뿐 모든 증거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임을 가리키고 있다”며 검찰의 김 여사에 대한 즉각적 기소를 촉구했다.

주가조작 거래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지난 7일로 김 여사에 대한 10년 공소시효가 만료되지만, 야당은 공범들이 기소돼 공소시효가 정지됐기 때문에 김 여사에 대한 공소시효 역시 남아있다는 주장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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