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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배우 안성기씨가 앓는 ‘혈액암’, 표적ㆍ면역 항암제 등장으로 치료 성적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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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과 함께하는 건강 정보] 신동엽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한국일보

혈액암의 일종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5년 생존율이 40%에 불과해 여전히 ‘불치병’의 멍에를 지고 있지만 최근 새로운 치료제가 속속 나오면서 치료 성적이 높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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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열린 제58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공로상을 받은 영화배우 안성기(70)씨가 2년 가까이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혈액암(hematologic malignancy)은 혈액ㆍ골수ㆍ림프절에 영향을 미치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 혈액에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 여러 혈구가 있다. 백혈구 하나에도 과립구·단핵구·림프구·형질세포 등 여러 세포가 존재한다.

이런 혈액세포들이 모두 성체(adult) 줄기세포 일종인 조혈모세포에서 분화돼 만들어진다. 조혈모세포 혹은 분화된 다양한 혈액세포에서 다양한 혈액암이 발생한다.

혈액암에는 골수성(급성 골수성 백혈병ㆍ골수 이형성 증후군ㆍ만성 골수성 백혈병ㆍ골수 증식성 종양)과 림프구성(급성 림프구성 백혈병ㆍ림프종ㆍ다발골수종ㆍ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나뉜다.

백혈병도 급성과 만성, 그리고 골수성과 림프성으로 다시 나뉜다. 백혈병 전 단계이지만, 백혈병보다 더 고약할 수 있는 골수성형이상증후군도 있다.

이 밖에 림프구계 세포에서 유래되는 악성 림프종, B-림프구보다 조금 더 분화돼 항체를 생산하는 형질세포가 암세포로 바뀐 다발골수종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를 모두 혈액암으로 총칭한다. 신동엽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혈액암에 대해 알아본다.

-혈액암은 흔히 발생하는 암은 아닌데.

“혈액암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발생하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잘 생긴다. 성인의 경우 호발암(발생 빈도가 높은 암)인 위암, 폐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에 비해 5% 미만으로 발생 빈도가 낮지만 어린이암에서는 혈액암이 대부분이다.

혈액암 발생 원인은 대부분은 알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고농도 방사선 노출이나 항암 치료 이력, 발암물질 노출, 고령의 나이, 혈액암 가족력 등이 발생 원인과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환자에서는 원인을 알기 어려울 때가 많다.

혈액암 증상을 특정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지만,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B 증상이라고 통칭되는 체중 감소, 야간 발한, 발열, 식욕 저하 등이다.

이 밖에 림프종의 경우 무통성 림프절 비대, 다발골수종의 경우 뼈 통증이나 골절, 만성콩팥병(신부전) 등으로 진단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 같은 증상이 있다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혈액암은 혈액검사와 골수 검사, 영상 검사(CT, PET-CT), 조직 및 유전자 검사로 진단한다. 백혈병처럼 영상 검사를 하지 않고 혈액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골수 검사나 조직 검사 혹은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PET) 검사 등으로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진단명에 따라 치료에 차이가 있지만 항암화학요법(면역 치료제ㆍ표적 치료제 포함), 방사선 치료,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 등이 있다.

젊고 건강한 성인 골수성 백혈병이라면 강력한 복합 항암화학요법인 관해(寬解) 유도 요법을 통해 1차 치료 관문인 ‘완전 관해(골수에서 암세포가 5% 미만)’를 얻는 것을 1차 목표로 하는데, 70% 정도 환자가 완전 관해가 된다. 이러한 강력한 항암화학요법은 머리카락이 빠지고 잇몸이 허는 부작용을 필연적으로 동반할 수 있다.

항암화학요법만으로 완치 가능성이 높지 않으면 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유전자분석기술을 활용해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한 백혈병 환자를 사전에 선별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또한 최근 조혈모세포이식 기법 발전으로 조직적 합성(HLA)이 100% 일치하지 않는 공여자에게서 조혈모세포이식도 이식 성적이 매우 향상됐다. 조직적 합성이 100% 일치하는 혈연·비혈연 공여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제대혈 이식 혹은 반일치 이식을 통해 좋은 치료 성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병이 생기는 메커니즘을 파악해 그 메커니즘을 목표로 하는 표적 치료제로 치료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기에 이전에는 효과적인 치료가 어려웠던 고령의 급성 백혈병 환자도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표적 치료제를 사용하면 일반적인 고용량 항암화학요법보다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어 치료 효과도 크고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과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표적치료제로 치료하는 것이 표준 요법이며,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경우 1세대 표적치료제인 ‘이마티닙’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치료 목적이 더 이상 생존 연장이 아닌 ‘완치’이며, 최근 도입되고 있는 표적 치료제와 복합 항암화학요법으로 수년 전보다 치료 확률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또한 암세포 표적을 결합해 면역 메커니즘에 의해 암세포를 죽이는 면역 항암제도 림프종ㆍ다발골수종ㆍ림프구 백혈병 등에서 쓰이고 있다. 같은 병이라고 해도 여러 요인에 의해 환자 별 치료가 다를 수 있기에 전문의 진료를 통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혈액암 생존율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경우 장기 생존이 전에는 10~20% 정도였지만 이제는 90% 정도까지 올라왔다. 급성 백혈병의 장기 생존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혈액암 일종인 림프종은 효과적인 표적ㆍ면역 항암제 도입으로 많은 환자가 완치에 이르고 있다. 다발골수종은 10년 전만 해도 진단 후 기대 수명이 3~5년이었으지만 지금은 매우 효과적인 신약 도입으로 5~7년 이상으로 계속 늘고 있다. 일부의 다발골수종 환자는 장기 생존해 완치되기도 한다.”

-조혈모세포이식이란.

“예전에는 어미 세포인 조혈모세포를 골수에서 빼내므로 ‘골수 이식’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 골수가 아닌 말초혈관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할 수 있게 되어 ‘조혈모세포이식’이라는 말로 부르게 됐다.

골수를 기증한다고 하면 예전에는 전신마취 후 골반 뼈에서 조혈모세포를 뽑았다면, 지금은 말초에서(예를 들면 팔에서 채혈해 헌혈하듯이) 뽑을 수 있다.”

-조혈모세포이식 후 부작용과 회복 기간, 재발률은.

“공여자의 조혈모세포가 골수로 들어가서 자리 잡는 과정(생착기)을 통해 혈구세포가 환자 몸에서 활동할 때까지는 평균 2~3주가 걸린다. 이 기간에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이 다 떨어져 있어 입이 헐거나 멍이 잘 드는 부작용이 생긴다.

생착 이후 밖에서 들어온 공여자 세포가 환자를 공격하는 상황을 ‘이식편대숙주반응’이라고 한다. 하지만 환자의 면역세포가 아직 기능을 해서 공여자 세포를 공격해 생착을 방해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식편대숙주반응을 잘 조절하면서 생착을 유도하고 백혈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통계적으로 혈액암 악성도가 높을 때 이식편대숙주반응이 어느 정도 있어야 백혈병 재발을 막기도 한다. 따라서 이식편대숙주반응이 없다고 해서 항상 좋은 예후는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이식편대숙주반응이 너무 심하면 간ㆍ장ㆍ폐 등 여러 장기를 흔들어 놓기에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때에는 적절한 면역 억제제를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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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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