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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란 군·경, 女시위자 구분해 가슴·성기에 산탄총 발사” 의료진 충격적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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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나 다리 사격하는 진압 관행 무시

세계일보

이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세 여성이 마흐사 아미니가 도덕경찰에 구타 당해 숨진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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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군경(보안군)들이 반정부 시위자들 중 여성들에게만 얼굴과 가슴, 성기를 노려 산탄총을 발사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남성, 여성, 청소년, 아이 할 것 없이 눈을 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자난 8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의 눈을 피해 부상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10명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의료진은 당국의 보복을 우려해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의료진은 이란의 젊은이 수백명이 부상으로 실명 등 평생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며 한목소리로 유혈 진압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이란 중부 이스파한주(州)에 사는 한 의사는 군경이 여성과 남성을 구분해 산탄총을 발사한다는 충격적 증언을 했다. 보통 발이나 다리를 겨누는 진압 관행을 무시하고 시위자가 여성이면 가슴이나 성기를 쏜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성기에 2발의 총상을 입은 20대 초반의 여성 부상자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여성이 군경 10여명에게 둘러싸인 뒤 성기와 허벅지에 총을 맞았다고 말했다”면서 “허벅지 안쪽에 박힌 10개의 파편은 쉽게 제거했지만, 2발은 요도와 질 사이에 끼어 있어 쉽지 않았다. 그녀는 내 딸일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친정부 성향의 바시지민병대를 포함한 군경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며 중요한 장기를 피해 발이나 다리를 사격하는 관행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테헤란에 근무하는 한 전문의는 얼굴에 총을 맞은 25세의 부상자를 치료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파편이 눈과 머리, 얼굴에 박혀 있었다”며 “양쪽 눈은 거의 실명했다”고 말했다.

한 안과 전문의도 머리와 얼굴에 18개의 파편이 박힌 20세 남성을 비롯해 시력을 잃은 환자 4명을 치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남은 평생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너무 화가 난다”며 “최근 동료 의사들한테 들은 사례를 비춰보면 시위 현장에서 눈을 다친 사례는 1000건이 넘을 것”이라고 폭로했다.

실제 400여명의 안과 전문의들은 시위대의 강경 진압으로 인한 실명에 경고하는 서한에 서명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이런 의료진 진술에 대한 입장을 이란 외교부에 물었으나 응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지난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22)의 사망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아미니는 히잡 등 이슬람 율법이 요구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구금되던 중 의문사했다. 경찰은 아미니가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고 주장했지만, 가족들은 고문을 당하고 죽었다고 반박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에 따르면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지금까지 40명 이상의 어린이를 포함해 30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중 어린이도 4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란 정부의 인권침해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서방 세력이 이란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기 위해 시위를 조직·조장한다고 주장하며 입국 허가를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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