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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히잡 시위대' 사형 집행한 이란에 국제사회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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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미국, 캐나다 등 제재 나서
"표현·시위 자유 존중해야" 촉구
한국일보

지난 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이란 대사관 앞에서 이란 정부의 모센 셰카리 사형 집행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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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시위' 참가자를 사형에 처한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가 잇따르고 있다.

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반정부 시위자들에게 터무니없이 가혹한 선고를 내리고 있는 이란 관리 등 30여 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캐나다 정부도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고위 측근과 사법·교정 관리, 경찰 등 22명에 대한 제재를 내놓았다. 유럽연합(EU)은 이란에 대한 추가 징벌 조치를 예고했다.

이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 이후로 반정부 시위가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무력 진압에 나선 이란 당국은 전날 시위에 나섰던 모센 셰카리(23)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셰카리는 지난 9월 25일 테헤란의 한 도로를 점거하고 보안군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체포돼 지난달 13일 사형을 선고받았다.

셰카리의 시신은 사형 집행 24시간 만에 보안군의 경계 속에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테헤란의 베헤시트 이 자흐라 공동표지에 묻혔다고 현지 소셜미디어 1500타스비르가 전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와 함께 서방 국가들의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셰카리의 사형은 반정부 시위 상황을 끔찍하게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란 정권이 자국민에게 저지른 폭력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이와 관련해 베를린 주재 이란대사를 초치했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스페인은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사형 집행을 비난한다며 이란 정부에 "표현과 평화적 시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반정부 시위를 계속 강경 진압할 것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란 국영 언론은 이날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시위 진압 중 숨진 보안군을 기리는 행사에 참석해 "보안군을 살해한 가해자들을 단호하게 찾아내 재판하고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란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 2일 기준 미성년자 64명을 포함해 469명의 시위 참가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구금된 시위대는 1만8,000여명에 달한다. 인권단체들은 사형이 집행될 위기에 있는 시위자가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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