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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라멘 국물로 가는 열차…앞선 日 '음쓰'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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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짓는 시멘트 만들고 가구 소재로도 활용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기술 발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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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의 시대다. 우리나라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환경 오염 및 자원 낭비를 초래하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매년 1인당 40.8kg의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면서도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전 세계 음식물 쓰레기 배출 기여국 순위도 중위권에 그친다. 좁은 국토ㆍ환경 문제와 희소한 자원 때문에 채소 껍질, 폐기 오일, 계란 껍데기 등을 시멘트나 가구 등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10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정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 배출량 감소 대책의 일환으로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처럼 야심 찬 대책은 음식물 쓰레기를 다양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기업들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라면 국물로 달리는 기차

일본 남부 다카치호는 인구 1만2000명이 사는 작은 도시다. 2005년 태풍으로 인해 정규 철도망이 파괴된 후 아직 복구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재도 매일 매일 2칸짜리 오픈형 열차가 교외를 달리면서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다. 일본인들이 가장 흔히 먹는 음식 중 하나인 돈코츠 라멘 국물, 튀김 등 요리를 하고 남은 기름을 모아 만든 재생유(바이오 디젤)를 연료로 운행하는 '다카치호 아마테라수 철도'가 그 주인공이다. 하루 3000ℓ의 바이오 디젤이 도시 곳곳에서 수거된 폐기름ㆍ라면 국물을 원료로 만들어져 기차에 공급된다. 단 주의 사항이 있다. 기차가 달릴 때 돈코츠 라멘이나 중식당 볶음밥 냄새가 나 사람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가솔린이나 일반 디젤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가 아닌 최소한의 하얀 연기만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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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음식물쓰레기 중간적환장(집하장)에서 포크레인 작업인부가 쓰레기를 적재차량에 싣고 있다. 오랜 기간 방치됐던 음식물에 빗물까지 섞여 더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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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찌꺼기 시멘트로 건물 짓는다

음식물 찌꺼기를 건조해 가루를 낸 후 시멘트로 만들어 각종 공사용 콘크리트의 재료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 콘크리트는 생산할 때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해 지구 전체 탄소 총량의 8%를 차지하는 기후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다. 도쿄대 연구자들이 설립한 스타트업 '파불라(Fabula)'는 건조 음식물 쓰레기 가루로 시멘트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 개발해 자원 절약과 공해 저감 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처음에는 양배추ㆍ오렌지ㆍ양파 등 과일 채소류들의 껍질을 활용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커피 찌꺼기나 찻잎 등 모든 음식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아직까지 제품으로 출시되지 않았지만 특허 출원된 상태다. 이 회사는 현재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로 컵 받침이나 접시 등 가정용 용품을 제조하고 있다. 향후 좀 더 내구성이 강한 음식물 쓰레기 소재 시멘트를 연구 개발해 가구나 대형 구조물 등도 제작한다는 목표다.

커피 찌꺼기ㆍ달걀 껍데기로 만든 의자

3D 프린팅을 이용해 커피 찌꺼기와 달걀 껍데기로 가구를 만드는 기술도 있다. 도쿄 소재 디자인 회사 'NOD'는 옻과 금가루를 이용해 깨진 도자기를 수리하는 기술인 긴츠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커피 찌꺼기와 달걀 껍데기, 건조된 음식물쓰레기 가루로 만들어진 3D 프린팅 잉크로 간단한 3D 프린팅 가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마침 일본은 전 세계 국가 중 3D 프린팅으로 10피트(약 3.048m) 높이의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3D 프린팅 기술 강국이었다.

NOD 관계자는 "사람들이 버리는 음식물쓰레기로 쉽게 물건을 만들 수 있도록 기술이 더 접근 가능하고 보편화되길 바란다"면서 "궁극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가구를 만드는 산업이 더 성장해 사람들이 재활용을 더 선호하고 장려하도록 소비 마인드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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