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주요 기관의 전망을 살펴보면 올해 대비 내년 한국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0만명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취업자 수가 올해보다 8만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KDI가 예상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79만명)의 10분의 1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증가 폭을 9만명으로 예상했는데, 역시 올해 증가 폭 예상치(82만명)의 11%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한 2020년(-22만명) 이후 최소 증가 폭을 기록하게 된다.
이런 고용 한파의 배경에는 내년 경제 여건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자리 잡고 있다. 내년 경제 성장률을 KDI가 1.8%, 한은이 1.7%로 각각 예상하는 등 주요 기관들은 내년 경제가 2020년(-0.7%) 이후 가장 크게 둔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올해 고용이 호조를 보인 데 따른 기저효과도 강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KDI·한은의 예상대로라면 올해 취업자 수는 80만명 안팎으로 증가하는데 이는 2000년(88만명) 이후 22년 만에 최대다. 올해 증가 폭이 컸던 만큼 내년에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꺾일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실제 월별로 보면 취업자 수는 지난 5월에 작년 동월 대비 93만5000명 늘어난 이후 10월(67만7000명)까지 5개월째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113만5000명)과 2월(103만7000명)에는 100만명 넘게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당장 내년 초부터 수치상으로는 증가세가 크게 꺾일 전망이다.
사실 고용 지표는 경기 흐름에 시차를 두고 움직이는 대표적인 경기 후행지표다. 올해 경기 둔화와 고물가가 심화했는데, 일자리는 ‘풍년’인 이른바 ‘성장 없는 고용’이 나타난 이유다. 하지만 내년에는 고용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한국은 ‘성장도 없고, 고용도 없는’ 본격적인 경기침체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상반기 경기가 악화하면서 고용 충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취업자 수 증가 폭 등이 올해보다 둔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성장률 둔화에 따라 고용이 함께 줄어드는 형태”라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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