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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세계 속의 북한

[생생확대경]김정은이 핵 쏴도 여야는 싸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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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억제'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 기류

핵 위기 커지는데, 정작 한국은 내부 분열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서울에 지국을 차린 미국·영국 등 주요 외신들이 가장 주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북한이다. 세계의 눈으로 한국을 볼 때 북한이 최대 관심사라는 뜻이다. 한국 사람들은 ‘북한이 설마 핵을 쏠까?’ 생각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한반도는 준(準)분쟁 지역에 가깝다.

특히 최근 미국의 대북 발언 강도가 세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에서 북한은 사실상 관심 밖이었다. 중국과의 패권 다툼,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등에 가려져서다. 누가 봐도 현실성이 낮은 ‘외교 우선’ 대북 정책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다른 사안보다 후순위로 미뤘던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올해 9월 핵 법령을 채택한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단 분리와 정상 비행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대북 규탄 강도가 달라졌다. 한반도 사정에 밝은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인사는 “향후 수십년을 보면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며 “미국이 북핵 정책의 초점을 외교보다 억제에 맞춰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전했다. 미국이 북한을 서서히 챙겨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북핵 위기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 내 불감증은 여전한 듯하다. 더 나아가 긴박한 나라 밖 사정은 안중에 없고 좌우 분열만 극단으로 치닫는 것 같다. 기자가 최근 한반도 안보 석학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에게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대뜸 “한국 좌파들의 반대가 극심할 것”이라며 “사드(THAAD) 이상으로 전술핵 반대 시위가 심각해지고 국민들 사이에 험악한 분열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저 무미건조하게 답했지만, 기자는 치부를 들킨 것처럼 화끈거렸다. 여야가 한국을 겨냥하는 북핵 위협을 최소화한다는 본질은 잊고, 극한 혈투에 나서는 그림이 저절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베넷 연구원이 “김정은이 핵실험을 한다면 K팝과 K드라마로 가득 찬 이동식 저장장치(USB) 100만개를 평양 전역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곱씹어 볼만하다. 북핵 문제는 장기전이다. 단기적으로 핵을 억제하는 전략과 함께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베넷 연구원은 “축축한 벽처럼 정권을 붕괴 시키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은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인해 북한에 USB를 보낼 수 없다. 이를 두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북전단금지법이 꼭 필요하다는 좌파와 ‘핵을 쏘는 북한에 USB 하나 못 보내냐’는 우파간 대립도 격렬해 쉽지 않아 보인다. 임진왜란 당시 당파싸움이 자꾸 떠오른다면 과한 것일까.

핵의 위력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그렇게 공격 당해도 러시아 본토에 미사일을 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러시아가 핵을 보유해서다. 요즘 북한을 지켜보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시 보게 된다. 한국이 최소한 북핵만큼은 초당적으로 대처했으면 한다.

이데일리

(사진=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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