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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윤석열표' vs '문재인표'… 예산 확보하려는 與 깎으려는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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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예산전쟁’

법인세율 인하 여부 ‘핵심 쟁점’

與, 최고세율 22%로 축소 주장

野 “대기업만 혜택” 반대 고수

윤석열표 vs 문재인표 예산안

주택공급 등 사사건건 대립각

정치권 안팎 “한발씩 양보해야”

2023년도 예산안을 놓고 치열한 샅바 싸움을 전개 중인 여야는 ‘오는 15일까지 합의안을 만들어보라’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일단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12월 정기국회 회기 내 예산안 처리에 처음으로 실패한 흑역사를 써 내려가면서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세계일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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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표 예산’을 어떻게든 확보하려는 국민의힘과 깎으려는 더불어민주당이 끝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정부 예산안을 대폭 깎은 민주당 측 수정안이 강행 처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집권 1년 차를 ‘문재인표 예산’으로 보내야 했던 윤석열정부는 내년에도 민주당 예산으로 한 해 나라 살림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 ‘윤석열표 예산’ 대 ‘문재인표 예산’을 두고 격돌 중인 여야에 대해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해 절충점을 모색해 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 해외이전 방지” VS “초부자 감세”

여야 간 핵심 쟁점은 법인세율 인하 여부다. 국민의힘은 국내 기업의 해외이전을 막고, 해외자본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해선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22%로 낮추자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여당 주장대로라면 대기업만 혜택을 보는 “초부자 감세”가 될 것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회동을 가졌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법인세 최고 구간 (조정이) 어떻게 초부자 감세냐”며 “법인이 이득을 보면 법인 주식을 가진 주주에게 이득이 배당되고, 종업원에게 돌아간다. (민주당이) 교조적인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어제부로 의견 차가 너무 크고 접근할 만큼 접근했다”며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지, 협의로서 좁혀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같이 죽자는데 어떻게 하겠나”라고 했다.

민주당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 기업에 매기는 법인세율을 먼저 낮추자는 입장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 “유가와 금리 급등 등으로 이익을 많이 낸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103개 슈퍼 대기업에 법인세율까지 대폭 낮춰주려고 정부·여당이 예산안 처리까지 발목을 잡을 때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과세표준 2억원부터 5억원까지 중소·중견 기업 5만4000여개를 법인세율 현 20%에서 10%로 대폭 낮춰주는 것만 우선 처리하자는 민주당의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에 왜 윤석열정부와 여당은 끝내 동의하지 않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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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예산 VS 文예산… 사사건건 대립

이 밖에도 여야는 각종 예산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 중이다. 공공주택 정책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공공분양주택을, 민주당은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문재인정부가 밀던 주택 공급 정책이다. 민주당은 이 예산을 3조원 이상으로 늘려 잡아 여권의 거센 반발을 샀다.

용산공원 조성 비용은 민주당이 감액하자고 주장한다. 토양의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정화작업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이미 문재인정부에서부터 추진돼 온 사업”이라는 반응이다.

정부부처와 관련해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행정안전부 경찰국에 인건비 차원 예산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여당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법적 존립 근거가 부족한 조직에 예산을 줄 수 없다며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의 경우 민주당은 더 늘리자는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표 예산”이라며 난색을 보인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경기지사 시절 지역화폐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이 밖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시기를 두고도 여야 의견이 엇갈린다. 이 법은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상장주식 기준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과세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2025년까지 2년 유예하자는 반면, 민주당은 내년에 바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투세는 문재인정부에서 도입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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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국보다 불리한 법인세법 개선을”

임시국회를 앞두고 경제단체들이 법인세 인하 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한국전력은 재무위기 극복을 위해 회사채(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11일 법인세법 개정안의 12월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국회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경제6단체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고 심지어 내후년까지도 저성장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활력을 되찾기 위한 제도상 모멘텀을 마련해 주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중요한 책무”라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은 정부의 파격적 지원에 힘입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국 경제의 부흥뿐만 아니라 경제와 안보가 결합되는 새로운 경제질서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경쟁국보다 불리한 현재의 법인세법을 개선하지 않고 기업들에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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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재무위기를 극복해 전력 공급 차질을 막으려면 한전채 발행 한도를 대폭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은 이날 “한전법 개정으로 사채 발행 한도가 확대되지 않으면 신규 사채 발행이 안 돼 전력구입대금 지급과 기존 차입금 상환이 불가능해진다”며 “대규모 전력 공급 차질과 전력시장 마비 등 국가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한전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늘리는 내용의 한전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한전은 “정부와 단계적인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조기에 수립하는 한편 정부 재정 지원 방안과 전력시장 제도 개선 방안 등 다각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강도 높은 재정 건전화 자구 노력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상 한전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로 제한된다. 올해 30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로 인한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적립금에 반영되면 내년 3월 이후 신규 사채 발행이 불가능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고 한도가 초과한 사채를 상환하려면 내년 1분기 안에 전기료를 1㎾(킬로와트)당 약 64원 올려야 한다. 이는 올해 인상분(19.3원)의 3배 넘는 금액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한전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45조9000억원)의 두 배인 91조8000억원이다. 한전은 매달 회사채 발행액을 확대해 지난 8일 기준 누적 발행액이 67조2000억원에 이르렀다. 산업부는 내년 3월까지 한전채 발행 잔액을 약 72조원으로 추산하고, 현행법에 따른 한전채 발행 한도를 약 40조원으로 계산해 32조원의 간극을 전기요금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배민영·백소용·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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