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준금리 인상으로 건설시장에 불어닥친 후폭풍이 매섭다. 아파트 거래시장이 급랭하는 가운데, 지방에선 건설사의 자금난이 구체화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로 늘어난 비용과 줄어든 이윤도 건설사업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뉴스1>에선 흔들리는 건설사의 현황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업계와 정부의 대응방안을 함께 살펴본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전국 건설현장의 절반이 넘는 곳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되는 등 건설현장 셧다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사진은 11월29일 작업이 중단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건설현장. 2022.11.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건설업계에서 노동조합 파업,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현장마다 늘상 존재하던 '상시 리스크'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예상 속에 자금 조달 어려움 겪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며 위기의식도 깊어지고 있다.

◇전국 건설현장 '5곳 중 3곳' 타격…자재비 상승에 손해까지 떠안아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24일부터 이달 9일까지 진행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사태 당시 전국 건설현장의 작업 중단율은 최고 59%까지 치솟았다. 전국 건설현장 5곳 중 3곳에서 작업이 중단된 셈이다.

작업 중단율이 최고치를 기록한 건 파업이 일주일을 넘긴 이달 1~2일이었는데, 파업 종료 선언 전날인 8일까지 작업 중단율은 절반을 넘는 52%를 기록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5일부터 화물연대 동조파업에 나서면서 지역 현장이 대거 중단됐다. 동조파업 업종인 레미콘·콘크리트펌프카 기사와 타설노동자의 95% 이상이 건설노조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8일 기준 부산에서는 공사현장 335곳 중 108곳이 작업에 차질을 빚었고, 경남에서는 1556곳 중 77곳이 피해를 입었다.

건설업계가 노조 파업으로 타격을 입은 건 올해 들어 2번째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에도 시멘트 공급 중단 등으로 작업이 중단되며 '현장 셧다운'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자재비 인상으로 비용이 높아진 상황에서 파업 피해까지 떠안게 된 셈이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1월 141.9에서 10월 148.5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노조 파업을 놓고 건설업계에서는 "손놓고 당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피해가 생기더라도 제조업과 달리 구체적인 피해액을 추산하기 어렵고, 손해배상을 요구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손해배상을 요구한다고 해도 현장 노동자들이 항의하며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고비용 사이클'만 구축

올해 1월 말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전국 수천개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민간사업자가 일일이 대비하기가 쉽지 않은데, 처벌은 사업자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이후 건설현장 안전사고는 줄어들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53명(243건)이다. 1월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247일 동안 하루 1명꼴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이는 건설현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중대재해처벌법의 한계가 거론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안전부문 CEO 임명, 안전관리 전문팀 구성, 현장 안전교육, 사고 발생 시 관련 법률상담 등 단계마다 상당한 비용이 지출되면서 결과적으로 '고비용 사이클'이 구축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저도 비용 부담 능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에서나 가능한 상황"이라며 "중소형 건설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현장이 달라지기 위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지금은 대형 로펌들이 이득을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서 갖는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공사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국의 몇백 군데에서 공사를 하는 그 법인의 CEO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규모가 크면 클수록 걸릴 수밖에 없는 문제라 불필요한 위축과 함께 편법이 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같은 건설업계의 불안감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증가 등이 예상되면서 커지고 있다. 위기상황에서 누적된 리스크가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건설업계의 한파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중 보유현금이 부족한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부도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부도 업체는 5곳으로 지난해(2곳)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soho0902@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