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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한반도의 오늘] 북한서 모바일게임 250여개 유통…인앱결제 통한 '현질'도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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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북한 모바일 게임 '천하무적 소년장수'
[통일연구원 보고서 캡처]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북한에서 모바일 게임이 250개가량 개발돼 유통되고 있으며 게임 아이템 구매도 활성화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일연구원 이지순 연구위원은 15일 북한ICT연구회가 광화문 KT 강당에서 주최한 연구세미나에서 "북한의 게임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수익구조를 잘 가진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ICT연구회는 ICT분야에서 북한을 조사 연구하고 남북 협력을 준비하는 산학연 관계자들의 연구모임이다.

이 연구위원이 북한 PC방 운영자와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출신 탈북자 10여 명을 심층 인터뷰해 작성한 '북한 게임의 가치사슬과 게임 경험'에 따르면 2020년 3월 이후 출시된 북한 앱 마켓 '나의길동무 4.3'에는 250개의 게임이 등재돼 있다.

게임 계정 개설이나 아이템 구매, 레벨 상향 등을 위해 인앱결제(앱 마켓이 제공하는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결제하는 방식) 등을 이용한 이른바 '현질'(게임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사는 것)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실제 유통되는 (모바일) 게임은 훨씬 많을 것"이라며 "주패놀이 등 게임에 중독된 성인도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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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앱마켓 나의길동무 4.3
[통일연구원 보고서 캡처]




북한에서는 1990년대부터 북·중 국경 지역에서 들여온 '슈퍼 마리오' 등 일본산 콘솔게임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유입된 게임 다수는 당국 검열과 감시를 피해 가정집에서 몰래 운영되는 비상설 게임방 등을 통해 유통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해외 PC 게임이 사적인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유입됐으며 2010년대 휴대전화 공급이 확대됨에 따라 하드웨어를 채울 SW로 게임 개발이 활기를 띠었다.

특히 2014년 무렵 김일성종합대학이 개발한 상식퀴즈 앱 '힘'이 100만 개가량 팔리는 등 대박을 터뜨린 점이 큰 분기점이 됐다. 앱 판매 수입 중 앱마켓에 돌아가는 30%를 제외한 70%를 개발자가 가져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IT 개발자들이 게임 개발에 몰려든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자본주의 문화 일체를 '비(非)사회주의'나 '반(反)사회주의'로 규정하고 배격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유입돼 개인 사이에 유통되는 게임 모두를 통제하고 축출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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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하는 통일연구원 이지순 연구위원
[촬영 최현석]


게임은 단속에 걸리더라도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에 비해 뇌물을 써서 빠져나오기가 수월한 점도 유통이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당국 승인을 받은 아케이드 게임도 유원지, 공원, 휴양지 등에 설치된 전자오락관에서 즐길 수 있다. 북한이 자체 개발했다는 가정용 콘솔 게임도 공식 유통되고 있으며 국가 승인을 받은 모바일 게임은 휴대전화를 산 판매처나 정보교류소에서 살 수 있다.

대영정보기술교류소는 2020년 1월 1일 출시한 지능형손전화기(스마트폰)용 전략모의게임 '임진조국전쟁 1.0'를 출시했으며 '호랑이 특전대'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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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스마트폰용 게임 '임진조국전쟁 1.0'
(서울=연합뉴스) 북한 대영정보기술교류소가 개발한 지능형손전화기(스마트폰)용 전략 모의 오락 '임진조국전쟁 1.0'. 2020.1.13 [메아리 홈페이지 캡처] nkphoto@yna.co.kr


2019년 9월 소개된 가정용 전자오락조종장치 '모란봉'은 엑스박스(Xbox) 키넥트(Kinect), 닌텐도 위(Wii)와 유사한 콘솔 게임기로, 슈팅 게임 외에 스포츠 게임, 피트니스 게임과 교육용 애플리케이션도 설치돼 있다.

대성산유희시설관리소가 같은 해 12월 개발한 전투가상오락기 '백승'은 전자전투복과 전자철갑모, 전자총, 중계기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총소리가 생동감 있고 명중률이 높아 주, 야간, 일기 조건과 관계없이 사격을 할 수 있다. 전투복장에 있는 조종장치에 전자총을 연결하면 최대 250여 명이 두 팀으로 편을 갈라 가상 전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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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게임 '날랜 처녀'(사진 왼쪽)와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포트
[통일연구원 보고서 캡처]


앞서 애니메이션 소년장수를 원천 소스로 하는 캐쥬얼 액션 '천하무적 소년장수 1.4'(2016), '툼레이더'를 연상시키는 '날랜 처녀 2.0'(2018), 전략 시뮬레이션 '치렬한 전투'(2018) 등도 출시됐다.

북한이 지난 10월 비디오 게임기 14만9천달러(약 1억9천340만원)어치를 수입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최근 보도하는 등 여전히 북한에서 게임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2020년 이후로는 북한 매체들에서 새 게임을 선전하는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게임 중독과 상업화 등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당국이 상업적 게임 개발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섰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이 연구위원은 "게임 개발에 대한 집중으로 능력 있는 개발인력의 구성 등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게임 개발)전면 금지는 불가능하지만, 전자오락관 폐쇄와 출판검열 등을 통해 억제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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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에 소개된 게임기 '모란봉'
[통일연구원 보고서 캡처]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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