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따라 회계감사 받고 결과 공개해야…정부 감독 권한은 없어
민주노총 "황당하고 뜬금없어…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발언"
제6차 고위당정협의회 |
(세종=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정부·여당이 노동조합 재정 운영의 투명성 제고에 나서겠다고 예고하면서 구체화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노동계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파업 등을 계기로 정부와 대치해온 노조 지도부를 압박하기 위한 조처로 의심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여당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방침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그간 노조 활동에 대해 햇빛을 제대로 비춰서 국민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한 총리는 노조 재정 운영의 투명성 등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에 대해 정부가 과단성 있게 적극 요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조의 재정 투명성에 대한 여러 불만이 있으니 노사 등으로부터 의견을 받아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협의회에는 이정식 노동부 장관도 참석했다. 다만, 한 총리 발언은 노동부와 사전 협의·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 12일 '노사의 불합리한 행위에 대해 노사 책임·자치의 관점에서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권고문에는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동시장 개혁안과 함께 "노사의 불법부당한 행위에 대한 규율·제도 개편", "국제기준과 우리 현실을 고려해 노조 설립·운영 등 법·제도 전반 개선" 등의 주문이 담겼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는 노조의 재정 운영과 관련한 조문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노조 대표는 회계감사원으로 하여금 노조의 모든 재원과 용도, 주요 기부자 이름 등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하게 하고 그 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해야 한다.
노조 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공표해야 한다.
다만, 정부가 노조의 재정 운영 투명성을 관리·감독할 근거 규정은 없다.
일부 노조가 정부로부터 받는 국고보조금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한 총리가 언급한 '노조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는 결이 다르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조로서는 조합원이 낸 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왜 정부가 들여다보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며 "정부가 노조 재정을 감독할 권한은 없기 때문에 노조가 민주적인 방법으로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선진국은 노조에 대한 회계 감시가 한국보다 엄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노조는 행정관청에 회계를 보고해야 하고, 미국에서는 1년에 25만 달러 이상 예산을 운영하는 노조는 노동부에 예산을 보고해야 한다.
노동계는 한 총리의 이번 발언이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서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비판한다.
정부의 거듭된 압박 끝에 화물연대의 파업이 종료된 기세를 몰아 노동 탄압을 이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재정이 거의 없는데 '투명성' 운운하니 황당하고 뜬금없다"며 "민주노총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나온 발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민주노총을 두들겨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니 이번 기회에 나올 수 있는 모든 것을 정부가 확실하게 쏟아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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