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만료 예정이었으나…대법원, 당분간 연장
정부도 “대비책 마련 시간 필요, 최소 27일 이후”
해제 기대감에 국경지대 몰려든 중남미 이민자들
텍사스, 주방위군 동원해 국경 차단…“수용시설 포화”
장기적으로 이민 받아야 고임금, 고물가 잡힐듯
텍사스 주 방위군 병사들이 20일(현지시간)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엘패소로 이주자들이 넘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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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불법 입국자들을 강제추방하도록 허용한 연방 공중보건법 ‘타이틀 42’가 당초 21일(현지시간) 시효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대법원의 결정으로 일시적으로 조치가 연장됐다. 그럼에도 텍사스 엘패소와 같은 접경지에는 망명을 원하는 이민자들의 행렬이 끝도 없이 밀려들고 있는 중이다. 일부 공화당 주지사는 이에 대해 “바이든이 만든 재앙”이라고 칭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매체에 따르면 지난 20일 바이든 행정부는 대법원에 타이틀42 조치를 끝내야 한다는 뜻을 전하면서, 다만 조치를 풀기 전 대비할 시일이 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엘지자베스 프렐로가 법무장관도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연방 정부가 타이틀 42를 해제하면 “불법 입국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고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타이틀42를 무기한 연장하는 것이 될 수 없으며, 이미 이 조치는 공공 보건의 정당성을 뛰어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타이틀42 조치가 해제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과 지원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법원이 만약 바이든 행정부의 뜻에 공감한다면, 타이틀42를 크리스마스 연휴가 지나고 난 뒤인 27일까지 유지할 수 있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미 조치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에서 텍사스와 같이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주에는 이민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텍사스 주 방위군은 20일 리오그란데 강을 따라 정렬 배치, 이민자 차단에 나섰다.
500명 이상의 군은 공화당의 그렉 애벗 주지사의 지휘하에 움직이는데, 난민들이 가장 많이 건너는 길목인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즈와 미국 엘패소를 나누는 콘크리트 수로를 막아선 상태다. 이미 텍사스 내의 임시거처는 수용인원을 초과했고, 북극 한파까지 덮치면서 길거리에 방치된 난민은 동사할 위험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텍사스 주 방위군은 성명에서 “군의 목표는 텍사스로의 불법 횡단을 막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주방위군을 동원한 애벗 주지사가 바이든 행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애벗을 제외하고도 다른 공화당 인사들 사이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정책을 다시 세우려 하면서 혼란이 불거졌다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애벗 주지사는 20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당신이 만든 재앙”이라며 “지역 사회와 주 정부는 매일 이 나라로 밀려드는 수천 명의 이민자들을 수용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 전적으로 연방정부의 일이며, 이 부담과 위기에 대처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타이틀42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기인 2020년 3월 도입된 것으로,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들어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한 이민자들을 아무런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시 강제추방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이에 대다수가 중남미 출신인 불법 이민자들이 발이 묶인 채 멕시코 국경의 임시 수용시설에서 생활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를 점진적으로 폐기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이민정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 정책과도 연관이 있는 사안이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합법적인 이민이 감소하면서 일할 근로자가 부족해졌다. 이에 고용주들은 저마다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며 경쟁, ‘노동자 모셔오기’에 나선 것. 때문에 임금수준을 비롯해 전반적인 서비스 물가가 상승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연준은 이것이 2023년까지 임금 상승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도록 만드는 원인이라고 가리켰고, “내년까지는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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