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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美·우크라, 對러 단일대오 재확인…첨단무기·종전협상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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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요청에 바이든 '지속 지원' 화답…지원 당위성 한목소리 '부각'

소모전 되면 美, 지원강도 약화될 수도…젤렌스키 '평화공식' 언급 주목

연합뉴스

백악관서 공동 기자회견 하는 바이든·젤렌스키
(워싱턴DC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2.22 ddy04002@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21일(현지시간) 전격적인 미국 방문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지 여론을 확대하는데 일차적 초점이 맞춰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우선 이번 방문이 러시아 침공으로 지난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이를 뒷받침하듯 올리브색 점퍼와 티셔츠 등의 전투복 차림으로 워싱턴 DC 땅을 밟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는 물론 미국 국민에 반복적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지속적인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3월 화상으로 미국 의회를 향해 연설할 때 "우리는 매일 9·11 테러를 겪고 있다"면서 지원을 호소했던 그는 이번엔 역지사지를 내세웠다.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 회견에서 그는 "러시아 테러리스트 같은 사람들이 당신 집에 왔다고 생각해보라", "이건 생존 문제"라면서 미국 국민에 정서적으로 호소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비롯해 18억5천만달러(약 2조3천억원)의 대(對)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필요한 한 계속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과정에 "만약 우리가 주권, 영토, 민주주의, 자유에 대한 공격을 방관한다면 세계는 더 나쁜 결과에 직면하게 되리라는 것을 미국 국민은 안다"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당위성을 적극 부각했다.

연합뉴스

美 백악관서 기자회견 하는 젤렌스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2022.12.22 ddy04002@yna.co.kr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이날로 만 300일이 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내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내 여론을 보면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에 대한 지지세가 약화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우크라이나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에도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7%는 우크라이나에 종전 협상을 촉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7월(38%)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이 조사에서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감수하고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해야 한다는 답변은 역시 7월 58%에서 48%로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황이 불리해진 러시아가 이날 병력 규모를 10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증강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열을 재정비하며 장기전 태세를 보이는 것도 여론의 향배에 변수가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지난 9월 이후 우크라이나가 승리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지만, 전황 자체는 일방적인 상황은 아니며 이 때문에 전쟁이 교착되면서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다 대규모 지원을 이끄는 미국의 의회 권력 구조가 바뀌는 것도 문제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차기 미국 의회에서 하원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은 '백지수표식 지원'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회견에서 미국의 지원이 초당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뒤 449억달러(약 57조7천4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포함된 2023년 회계연도 예산 처리를 촉구하면서 "의회 변화와 상관없이 미국이 우리의 가치와 독립을 지킬 수 있게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방어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으나 두 정상은 앞으로 전쟁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서는 온도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입장차는 첨단 무기 지원이나 종전 협상 문제 등에 대한 두 정상의 발언을 통해 확인됐다.

가령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몰아내는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답은 예스다"고 운을 떼면서도 첨단 무기에 대한 모든 지원이 어려운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까지와 근본적으로 다른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준다는 생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전 세계를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체 방어에 필요하고 전장에서 이기는데 필요한 무기를 공급할 것"이라고 명확히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종전 협상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과도 맞물려 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 추구 의사를 강조한 뒤 반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 중단 의사가 없다고 평가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장에서 이길 것이기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 대화할 준비가 되면 그는 거기(협상)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할 때 더 유리한 상황에서 이를 풀어갈 수 있도록 미국이 전쟁을 돕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얼굴 마주한 젤렌스키와 바이든
(워싱턴DC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회담하고 있다. 전쟁 후 이날 외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후 의회에서도 연설한다. 2022.12.22 clynnkim@yna.co.kr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는 주권과 영토에 대한 타협이 아니다"라면서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영토를 일부 포기하면서 평화 협상을 할 의사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대(對)러시아 단일대오 대응을 재확인하면서도 전쟁 종료 방식에 대해서는 온도 차를 보이면서 향후 전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국이 당장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거나 종전협상을 압박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이 지루한 소모전 양상으로 흐를 경우 지원 강도가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럴 경우 미국의 전폭적 지원 아래 영토의 완전 수복을 추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전략도 차질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평화 공식(peace formula)'을 언급한 뒤 "이를 우리가 실행하는 것을 돕기 위해 미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매우 구체적 조치를 제안했다"고 말한 것이 눈길을 끈다.

종전과 관련된 특정한 조건이나 상황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 요청을 미국에 한 것이 아니냐는 점에서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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