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1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기업들의 고용 위축 우려에 대해 “고용의 형태가 더 다양해지고 유연해지면 노사 갈등이 희석될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일자리가 정규직만으로 경직됐다며 고용의 형태가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중대재해법에 대해선 재해를 형사(刑事)적인 문제로 적용하는 것은 아직 데이터가 없어 단언하기 어렵다면서도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법인세 인하 추진과 관련해 산업 분야의 성격에 맞게 차등적으로 세제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다음은 최태원 회장과의 일문일답.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대한상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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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제 전망도 특별히 다르진 않다. 다만 고용이란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용이라는 것이 정규직으로 고정관념 형태로 돼있다. 고용 형태를 변화하는 실험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돈을 적게 받아도 고용을 유지하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고 있다.
과거에 수많은 정부가 고용 창출을 하겠다고 했는데, 잘됐다고 말할 수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 똑같은 방법으로 돈을 계속 쓰고 일자리는 만들자고 하면 안된다.”
-노사 관계에 대해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결국 노사 문제도 고용의 형태 때문에 문제가 된다. 더 유연한 고용 형태가 만들어지면 노사가 대립할 이유가 희석된다고 본다. 노사가 계속 평행선을 걷게 되면 이를 가장 좋아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경쟁자들이다. 그만큼 조직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노사 간에 협조를 하면 더 좋아진다는 기본 틀을 갖고 문제를 풀기 시작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어떻게 보고 있나.
“재해가 완전히 제로(0)일 수는 없다. 재해를 형사적인 문제로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해결이 될까. 이건 실험이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데이터가 쌓여있지 않다. 다만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기업의 근무 환경이 더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건 어렵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비용의 증가다. 기업은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격이 있다. 공장을 짓고 인프라 투자를 하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 기업들이 굳이 이런 투자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여야간 법인세 인하 문제로 논쟁이 심하다.
“법인세를 무차별적으로 다 인하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라는 생각이 있다. 과거처럼 획일적인 형태로 접근해선 충분한 효과가 없다. 지금은 차별화가 필요하다. 산업 별로 세금을 덜 받고 정부 지원을 더 해줘야 하는 곳이 다르다. 대한민국이 어떤 산업을 어떻게 키우는지 전략적으로 보고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할 수 있다면 특화한 투자를 하고 세액 면제를 더 획기적으로 해야 한다. 반도체 분야를 보면 어떤 국가는 엄청난 지원을 하는데 한국은 경쟁 국가에 비해 지원이 많지 않다.”
-윤석열 정부에 건의한 정책들이 무엇인가.
“제일 중요한 것은 위기 관리다. 위기 상황에서 낙오되고 취약계층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분들에 대한 관리가 내년에 제일 중요할 것 같다. 이런 문제가 커지면 새로운 사회 문제가 잉태된다. 시장이 변했기 때문에 과거의 정책은 맞지 않다. 정책적으로 더 많이 연구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펼치면 기업하는 입장에서도 좋을 것 같다.”
-반도체 업황이 내년에 좋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걱정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업앤다운(Up and down)이 있다. 최근에 이 사이클(순환 주기)이 짧아졌다. 예전엔 3년 주기였다면 지금은 1년 단위로 계속 움직인다. 반도체 업계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런 불황이 그렇게 오래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 사회가 통일성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하는가.
“어느 국가든 정치, 사회, 세대 갈등을 다 가지고 있다. 단지 그 갈등의 강도나 얼마나 강한지가 문제다. 갈등이 너무 강하면 개인들이 잘 움직이지 않으려는 문제가 있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내가 변화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기존에 갖고 있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다. 국민 중에 상당수가 변화를 거부하기 시작하면 국가 경쟁력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은 세상의 변화에 맞춰 국가 제도나 시스템이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과 주요 경제단체들이 간담회를 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경제가 꽤 어려워져서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여기에 경제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문을 하셨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기업 정책을 평가하자면.
“기업이 정부와 여당에 이걸 해달라고 정확하게 요청하는 것은 없다.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나름대로 건의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모든 문제를 풀어줄 수는 없다. 꾸준히 관심을 갖고 서로 소통하고 이야기를 해나가면 좋을 것 같다.”
-경제단체들이 새해를 앞두고 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건의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어떻게 해달라고 의견을 표출하고 있지는 않다.”
-부산 엑스포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순히 하드웨어를 잘 지어놓고 관광객만 받고 다음에 철거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에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런 글로벌 행사를 유치할 때 결국 전 세계에 우리나라가 선진화되고 있는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2030년 대한민국의 위상을 어떤 형태로 국제 사회에 보여줄 것인지의 척도로 엑스포를 활용하면 좋겠다. 미래 세대에 어떤 대한민국을 물려줄 것인지 메시지를 던질 필요성도 있다.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보다 한국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기업들도 열심히 뛰고 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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