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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美日은 때리고 北은 반발...'러시아 무기 커넥션' 또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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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9·11월 이어 '무기 거래설' 재차 발끈
"영토완정 의지" 러 지지 메시지 추가
한국일보

2019년 4월 25일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를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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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과 일본의 협공에 맞서 거듭 결백을 주장하며 발끈하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서 군수물자를 들여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했다는 의혹이 재차 불거지자 "황당무계한 여론조작"이라고 반발했다. 이처럼 시치미를 떼면서도 북한은 동시에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편들며 미일 양국의 압박 사이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3일 공개된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우리가 러시아에 군수물자를 제공했다는 일본 언론의 모략보도는 그 어떤 평가나 해석을 달 만한 가치조차 없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전날 도쿄신문은 북한 두만강역에서 포탄 등을 실은 열차가 러시아 하산역을 잇는 철도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22일(현지시간) "북한이 지난달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와그너 그룹이 사용할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을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외무성 대변인은 "있지도 않은 조러(북러) 사이 '무기거래' 문제에 대한 우리 원칙적 입장은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에 각종 살인무장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들이밀어 이 나라에 유혈참극과 파괴를 몰아오고 있는 미국의 범죄적 행위에 초점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북한은 앞서 9월과 11월에도 미 정부와 언론이 '북러 무기 거래설'을 거론하자 "무기나 탄약을 수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펄쩍 뛰었다. 북한의 무기 수출은 그 자체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고, 미국 등은 러시아를 상대로 한 무기 수출 역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무기 거래가 사실이라고 해도 굳이 인정할 이유가 없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에서 '공공의 적'이나 마찬가지인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밀접하게 엮이는 것도 북한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다.

수세에 몰린 북한이지만 아랑곳없이 러시아를 향한 지지 메시지를 보내며 보란 듯이 한껏 밀착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 기회에 한마디 부언한다면 러시아 인민은 그 누구의 군사적 지원 없이도 자기 나라의 안전과 영토완정(한 나라의 영토를 단일한 주권 밑에 완전히 통일하는 것)을 수호할 의지와 능력을 지닌 강인한 인민"이라고 말했다. 돈바스 지역 보호를 명분으로 내건 러시아의 침공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북한의 이 같은 행보는 내년에도 미국과 맞서 정면대결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러시아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이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반대하면 힘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북한은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해 "행동으로 반격하지 않으면 안 될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백악관 발표를 언급하며 "북한과 와그너 그룹의 무기 거래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간 미측과 이 사안에 대해 계속 협의해 왔다"며 "유엔 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미국의 계획을 지지하고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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