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공시 요구란 한국거래소가 상장법인에 대해 미공개 중요 정보의 유무나 풍문 등의 사실 여부에 대해 공시를 요구하는 제도다. 특정 종목 주가가 뚜렷한 이유 없이 단기간에 급등락하거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풍문이나 언론 보도가 있는 경우 요구할 수 있다. 불공정거래를 방지하고 투자자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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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제주은행은 전 거래일 대비 470원(4.88%) 하락한 9170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4거래일간 56%나 급등했던 제주은행은 이 기간 다시 37% 넘게 급락했다.
제주은행 주가가 급락한 건 인터넷 은행 전환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공시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확산한 제주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전환과 지분 매각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공시했다. 이는 전날 거래소가 당일 가격제한폭(29.72%)까지 오른 제주은행에 ‘현저한 시황변동에 따른 조회공시’를 요구해서다.
조회공시 요구를 통해 풍문이 사실이 아님임이 해명됐지만, 일각에선 거래소의 조회공시 제도에 빈틈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제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33% 넘게 상승했었다. 당시에도 인터넷은행 전환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이후 다시 지난 16일부터 주가가 급등했고 이번에는 주가 급등 3거래일 만인 20일 조회공시를 요구해 21일 장 마감 후 “인터넷은행 전환은 사실 무근”이라는 조회공시 답변이 나왔다. 21일까지 4거래일 연속 급등했던 제주은행은 22일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지난달 말부터 인터넷은행 전환설로 제주은행 주가의 변동성이 크게 켜졌음에도 20여일 넘게 상황을 지켜보면서 변동성을 키우고 투자자들의 혼란을 방치한 셈이다.
인터넷 은행 전환설을 근거로 접근한 투자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종목토론방에서 “거래소가 조회공시하지 않은 사유를 밝힐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 “저게 힌트일 수도”라며 제주은행 인터넷 전환설에 대한 희망을 거두지 않았고 투자자들이 몰렸다.
한국거래소는 조회공시 요구의 세세한 기준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개에 따른 역기능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명확한 내부 기준을 갖고 있지만, 각종 부작용을 우려해 구체적인 내용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절차나 기준을 공개할 경우 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
투자자들이 투자에 앞서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수합병 관련 뉴스는 확정될 때까지 누구도 알 수 없는 만큼 투자에 대한 리스크(위험)가 크고, 성사된다 해도 차익 매물이 실현되며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며 “해당 호재가 실현되지 않더라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귀환 기자(o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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