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TV탑 |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중심부에 있는 철탑인 '나고야 TV탑'과 도쿄 번화가 긴자의 맥줏집 '긴자 라이온'.
두 곳은 나고야나 도쿄를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들르는 명소다. 나고야 TV탑 전망대에 오르면 높이가 제각각인 건물들이 들어앉은 시가지가 보이고, 긴자 라이온에서는 유럽의 선술집과 흡사한 분위기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두 건물 사이에는 기능적으로 별다른 공통점이 없지만, 일본 정부가 가치를 공인한 근현대 건축 문화재라는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
지난해 공식 명칭이 '주부전력 미라이 타워'로 바뀐 나고야 TV탑은 2005년 등록유형문화재가 됐고, 지난 12일 중요문화재로 지정됐다. 일본에서 TV탑이 한국의 '보물'과 같은 중요문화재가 된 것은 처음이다.
문화재 관리 체계가 한국과 비슷한 일본에서 중요문화재는 등록문화재보다 상위 등급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중요문화재의 가치가 등록문화재보다 높다고 평가된다.
일본 정부는 나고야 TV탑의 어떤 점을 주목해 중요문화재로 지정한 것일까.
일본 최초의 방송용 전파탑인 나고야 TV탑은 1954년 6월 20일 완공됐다. 높이가 180m로 준공 당시에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철탑이었다. 모양새 때문에 '동양의 에펠탑'으로 불리기도 했다.
나고야 TV탑 설계자는 건축가 나이토 다추(內藤多仲)다. 1886년에 태어난 그는 일본에서 많은 탑을 설계해 '탑 박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도쿄타워, 오사카 쓰텐카쿠(通天閣), 삿포로 TV탑, 벳푸타워, 후쿠오카 하카타 포트타워가 나이토의 손을 거쳐 탄생한 산물이다. 여기에 나고야 TV탑을 합쳐 '전파탑 6형제'라는 별칭으로 일컫기도 한다.
나고야 TV탑은 나이토가 가장 먼저 세운 탑이다. 1950∼1960년대 일본 각지에 들어선 철탑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역사성을 인정받아 중요문화재가 됐다.
도쿄 긴자 라이온 |
도쿄 긴자 나나초메(七丁目)에 있는 긴자 라이온은 1934년 4월에 지어진 지하 1층, 지상 6층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다.
긴자 라이온은 올해 2월 등록유형문화재가 됐다. 지난달 이곳을 찾았을 때 곳곳에 문화재 등록을 축하하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유럽 양식으로 실내를 장식한 긴자 라이온은 일본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비어홀이다. 풍요로움과 수확을 주제로 꾸며진 1층 비어홀은 물론 6층 연회장도 창건 무렵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긴자 라이온을 운영하는 삿포로 라이온은 "80년 이상 긴자의 역사를 알린 건축물"이라며 앞으로도 비어홀 문화의 발신 기지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나고야 TV탑과 긴자 라이온이 이방인의 눈길을 끈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문화재 관점에서 근현대 건축물을 대하는 한일 양국의 시각차다. 일본은 근현대 건축물을 적극적으로 국보나 중요문화재로 지정하고 있지만, 한국은 근현대 건축물의 문화재 지정에 소극적인 편이다.
일본의 중요문화재 중에는 1945년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에 완성된 현대 건축물이 적지 않다. 나고야 TV탑뿐만 아니라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해 1959년에 지은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본관, 1958년 완공된 메이지 진구(神宮) 본전(本殿)이 중요문화재다.
1872년 지어진 군마현 옛 도미오카 제사(製絲) 공장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해인 2014년 국보가 됐다.
그에 비하면 한국에서는 옛 서울역사나 러시아공사관 같은 근대 건물 일부가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현대 건축물이 보물이나 사적으로 지정된 사례는 없다.
아울러 한국에서 국보로 지정된 건축물은 모두 조선시대 이전에 세워졌다. 지난 10년간 국보가 된 유일한 건축 문화재인 예천 용문사 대장전도 조선시대 유산이다.
한국 문화재청은 2019년 근대문화재의 국보와 보물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대상은 그림이나 글씨 같은 동산문화재에 한정됐고 건축물은 포함되지 않았다.
옛 서울역사 |
나고야 TV탑과 긴자 라이온에서 받은 또 다른 인상은 건축물이 지닌 역사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고야 TV탑은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되면서 전파탑이라는 본연의 역할은 잃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나고야의 랜드마크이자 전망대로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주변 공원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긴자 라이온에서는 수십 년 전과 다름없이 사람들이 모여 앉아 맥주를 홀짝이며 담소를 나눈다.
그 덕분에 두 건물은 '문화재'이면서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유형문화재는 고루하고 따분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향유하는 오래된 사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 점에서 다소 안타까운 유산이 옛 서울역사다. 이 건축물은 나고야 TV탑이나 긴자 라이온과 비교해 가치가 떨어지지 않지만, 기차역으로서 기능은 거의 상실하고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전시관으로 쓰이고 있다. 주변 환경도 정비되지 않아 문을 닫으면 들르는 이가 많지 않다.
한국에서 근대 건축물을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매우 많지만, 옛 서울역사는 전시와 내외부를 둘러보는 관람 프로그램에 더해 '한국 철도교통의 중심지'라는 역사성을 살린 활용 방안이 모색되면 좋을 듯싶다. 문화재는 잘 활용해야 생명력이 유지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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