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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월 1000만원 달라"…'노조 갑질' 휘둘려 안전관리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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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안전은 현장 경영이다] 자금력 취약 중소 건설사 피해 막심...정부에 탄원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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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전국 소형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집단 파업을 한 시점에 시내 한 재건축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멈춰서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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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공사를 진행하려면 어쩔 수 없이 노조의 갑질과 요구를 들어줘야 합니다. 안전관리 분야에 비용을 쓰기 어렵죠."

중소건설사 현장 관리자들은 노조의 각종 불법 행위가 사라져야 안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각종 갑질과 불법 요구에 응대하려면 안전관리에 신경쓸 여력이 없어서다.


부당한 요구 거부시 조직적 공사 방해 …애꿎은 주민들도 피해

4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협회 소속 약 8600개 회원사가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조의 불법행위를 해결해달라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전문건설협회도 소속 1만3000개 회원사가 같은 내용의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는 지난해 6월말 대통령실과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국회 양당 정책위 등에 전달됐다.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중견 건설사의 피해가 크다. 자잿값, 인건비 등이 단기간 치솟아 경영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노조의 각종 불법 행위와 갑질 행태를 감내하기 어려워서다. 익명으로 접수된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현장에서 노조 또는 노조를 사칭하는 각종 단체의 불법 행위가 여실히 드러난다.

소속 조합원 채용과 장비 사용을 강요하는 '갑질'은 일상화됐다. 이 과정에서 기본적인 급여 외에도 전임료, 월례비, 급행료 등을 추가 요구한다. 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 1명 채용에 매월 1000만원 이상 비용이 들어 '월천기사'란 은어까지 만들어졌다. 세금을 빼고 전액 현금으로 달라는 요구도 한다.

불응하면 수십, 수백 명의 노조원을 동원해 본격적으로 공사를 방해한다. 건설현장 입구에서 공사 차량 진출을 막고 심야, 새벽 시간에 장송곡을 틀어놓거나 확성기로 소음을 일으켜 애꿎은 주민들까지 피해를 준다. 주민들이 항의하면 "건설사에 책임이 있다"고 떠넘긴다. 주민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도 그 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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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조 단체가 중소건설사에 제시한 타워크레인 기사 표준계약서. 임금은 원천징수 후 현금 지급하고, 시간 외 수당과 특근 수당까지 노조 단체에서 임의대로 결정한 내용이며 사전 협의 없이 통보하는 형태다. 기본급 계약서이고 이외 월례비, 급행료 등은 별도 청구하는 게 현실이다. /사진제공=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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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체증 자료로 공식 신고 가장한 민원 제기…공기 지연에 과태료까지 덤터기

관할 구청이나 노동청 공무원들도 '공익 신고'를 가장한 노조의 민원에 시달린다. 불법 체증한 현장 사진 자료를 첨부한 이메일 신고가 하루에 수십 개씩 들어온다.

이들은 현장 경험이 많아 건설사의 약점을 꿰차고 있다. 불법외국인을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근로자 신분증 검사를 하거나, 현장 상공에 드론을 띄워 폐기물을 적재한 장소를 찍어 안전환경 관련 법을 위반했다고 신고하겠다며 협박한다.

이런 일이 며칠간 반복되면 중소 건설사는 견디지 못한다. 현장이 멈춰 발생한 비용 외에도 과태료 처분까지 덤터기 쓰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 관리자들의 얘기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사가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해도 여러 공종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건설현장 특성상 노조가 마음만 먹으면 위법 사항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노조는 이런 약점을 악용하고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사는 공사 규모가 크고 발주처와 추가 비용 협의를 진행할 수 있지만 공사비 100억원 이하 현장은 이익을 내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노조의 요구까지 들어줘야 하니 첩첩산중이다.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도 적지 않다. 예컨대 불법채용 문제로 문제 제기한 현장 관리자에 대해 안전관리 부실, 불법 폐기물 투기 등 다른 사안으로 역고소하는 게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노조의 불법행위가 근절되려면 정부의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조가 버젓이 불법 시위를 하면서 건설사를 압박하는 관행이 생긴 것은 그동안 미온적인 대처로 불법행위를 사실상 방조한 관계 기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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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설현장 규제개혁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2.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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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강경 대응 예고…중소업체 숨통 트일까

정부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올해 금품수수, 공사방해 등 노조의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관계부처 합동 현장 조사 및 민간 입찰시스템 구축 등 근본 해결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방청 공공건설지원센터에 특사경을 도입해 신고 접수부터 단속과 수사까지 진행할 방침이다. 노조 직접 대응이 어려운 영세 전문건설업체 피해를 막기 위해 익명의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손해배상 소송 등 법률 지원도 실시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문제 해결 의지도 확고하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지금까지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등 조직화한 소수가 다수 근로자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고 국가 경제까지 볼모로 잡았다"며 "새해에는 범정부적으로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 소수집단이 선량한 다수를 짓누르는 비정상을 반드시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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