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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일회용컵 10만개 돌아왔지만... "교차반납 안 돼요" 현장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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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제주 일회용컵 보증금제 한 달
참여대상 매장 3분의 1은 시행 거부
환경부 "인센티브로 참여 유도"
한국일보

5일 세종시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에 '동일 브랜드 1회용컵만 반납하라'는 문구가 써 있다. 세종=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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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브랜드 1회용컵만 반환 부탁드립니다.”

5일 오후 세종시의 A프랜차이즈 카페. 1회용 플라스틱 컵 반납을 위해 기계 앞으로 가니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들고 간 B프랜차이즈 카페의 1회용컵을 보여주며 직원에게 반납이 가능한지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회사 방침이라 안 된다. 어쩔 수 없다"는 정중한 거절이었다.

세종·제주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은 혼란스럽다. 1회용컵 보증금제는 음료 테이크아웃 때 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는 제도다. 시민 참여를 유도해 양질의 재활용 자원을 회수하려는 시도이지만, 제도에 불참하는 매장이 여전히 많고 다른 매장의 컵을 회수하는 '교차 반납'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이달 4일까지 약 10만2,445개의 컵이 회수됐다. 소비자가 되찾아간 보증금 3,073만3,500원을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 2주 차에 비해 5주 차에는 반환 금액이 62% 증가했다"며 참여율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환경부 추정에 따르면 1회용컵 회수율은 아직 약 20%에 불과하다. 10개 중 8개는 어디론가 버려졌다는 얘기다.

A프랜차이즈처럼 다른 카페의 컵을 받지 않는 매장이 많은 것도 주요 이유다. 현재 제도에 참여 중인 652개 매장 중 117개 매장에서만 타 브랜드 컵을 받고 있다. 제도상으로는 카페나 외부 공용반납처 어디에나 컵을 반환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시행 초기라 타 브랜드 컵을 받는 '교차반납'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게 환경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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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컵 보증금제가 세종과 제주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달 2일 세종시 아름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매장 외 컵 반납처에서 한 시민이 키오스크에 빈 1회용컵을 반납하고 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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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매장 측의 편의를 고려한 정부의 조치는 제도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대학생 최모(21)씨는 "한 카페에서 다른 브랜드 컵을 안 받는다고 해서 인근 공공반납소까지 찾아갔는데 오후 3시에 운영이 끝나 다른 카페를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제도에 참여하지 않는 매장도 여전히 많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체 대상 중 약 3분의 1에 달하는 200여 곳이 제도에 불참하고 있다. C카페의 점주 이모(43)씨는 "직접 물어보는 손님이 아니면 보증금 컵을 제공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보증금을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데다 사실상 1인 카페로 운영되는 매장에서 컵 회수 업무까지 맡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도 참여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단속이나 과태료 부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환경부는 "당분간 단속보다는 인센티브 제공에 초점을 두겠다"고 선을 그었다.

아직 시행 한 달 차인 만큼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이달부터 1회용컵 반납 시 건당 200원의 탄소중립 포인트를 지급하고, 할인 쿠폰도 제공할 수 있도록 카페 브랜드와 협업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대상지역 확대는 세종·제주에 제도가 안착된 뒤 평가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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