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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人사이드]"업적도 하자도 없다" 재등판설 나오는 스가 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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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형 정치인 인상

역대 최장수 관방장관 경력도

편집자주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이름은 들어봤는데 이 사람이 누군가 싶은 인사들이 많습니다. 일본 뉴스를 담당하는 국제부 기자가 한 주 동안 화제가 됐던 일본 인사, 그리고 그에 엮인 이야기를 함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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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사진출처=스가 전 총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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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이번 주 소개할 인물은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입니다. 한국에서는 '스가 관방'으로 더 알려진 사람입니다. 총리를 지낸 기간은 1년밖에 안 되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내각에서 7년8개월간 역대 최장수 관방장관을 맡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총리 퇴임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한국에서는 잊혀져가고 있는 인물인데요, 최근 스가 전 총리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기시다 내각이 흔들리면서 정치 원로가 다시 나와야 한다는 이른바 '재등판론'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JNN이 지난달 3~4일 진행한 ‘차기 총리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스가 전 총리는 3위를 차지했습니다. 고노 디지털상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당선되기 전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인물이고, 이시바 방위상은 ‘아베 라이벌’로 아베 전 총리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역으로 그의 지지율이 올라갔던 사람입니다.

1, 2위야 그렇다 쳐도 왜 갑자기 스가 전 총리가 떠오르는가. 최근 일본 언론도 ‘총리를 1년 밖에 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딸기 농장 아들이 총리가 되기까지
일본 언론은 스가 전 총리를 평가할 때 그의 이력에 주목합니다. 스가 전 총리는 아키타현에서 딸기 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일본 정계는 보수적이기 때문에, 보통 정치가 집안에서 지역구를 물려받으며 자란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자민당의 유력 의원들도 대부분 정치인 자녀기 때문에, 스가 전 총리는 이례적인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혼자 도쿄로 상경해 막노동하며 돈을 벌었고, 돈을 벌어 대학에 가느라 남들보다 2년 늦게 입학하기도 했습니다.

시의원으로 정계 입문을 할 당시에도 혈연과 학벌, 재력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거 운동 당시 가정집 3만 채를 돌았다고 합니다. 신발이 계속 닳아 6켤레를 갈아 신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후 주간문춘은 사실 스가 전 총리 아버지의 딸기 농장이 잘 됐고, 사실상 지역 유지였다고 보도해 ‘헝그리 정신’ 중 일부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그래도 일본에서는 ‘바닥부터 올라온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꽤 깊게 박혀있는 듯합니다.

든든한 배경이 없었던 까닭에 자민당 내부에서도 그는 특정 계파에 소속되지 않고 계속 정치를 했습니다. 잠깐 파벌에 몸을 담기도 했으나, 2009년 “파벌은 낡은 것”이라고 최종 탈퇴하며 무계파 정치를 선언합니다. 정계에서는 스가 전 총리를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적을 만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그가 여당 중심의 국회 운영을 주도하며 무난한 국정 운영을 보여줬다고 평가합니다. 한 일본 지역지는 “역대 최장수 관방장관으로 사실상 아베 전 총리가 최장수 집권을 하는 데 가장 크게 도움을 준 인물”이라고도 분석했습니다.

관방장관의 이력 덕분에 아베 전 총리가 건강 문제로 사퇴한 뒤 스가 전 총리는 ‘포스트 아베’로 불리며 총리에 오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고, 부실 대응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스가 전 총리는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총리로 무언가를 드러내기에는 너무 짧은 시기라 큰 사고도 큰 성과도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가 자꾸 거론되는 것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이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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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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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관방장관은 수상 다음으로 강력한 정치력을 행사하는 '넘버 투'입니다. 그러나 현재 기시다 정권의 관방장관은 사실상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들어보셨나요? '스가'는 알아도 '마쓰노' 들어보신 분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자민당 내부에서도 마쓰노 관방장관의 존재감이 너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아베 정권에서 관방장관을 지내고 기세를 몰아 총리가 된 스가 전 총리가 역으로 재평가를 받게 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스가 전 총리를 다시 관방장관으로 등용해 기시다 정권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서일본신문은 "아베 정권의 스가 관방장관과 비교된다. 그는 관저를 장악하고 정부 여당 주도의 국회 운영을 이끌지 않았느냐"며 "마쓰노 관방장관은 여당 내에서도 존재감이 희박하다는 등 평가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반사 이익을 본 스가 전 총리, 실제로 조금씩 몸을 푸는 모양새입니다. 그는 지난달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과 모리야마 히로시 선거대책위원장과 회동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기시다 정권 운영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요코하마에서 열린 자민당 정치 자금 파티에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안중근 테러리스트" 과거 발언, 한국과 관계개선 도모 어려울 듯
한국에서는 최근 그의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됐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 '영웅'과 관련, 서경덕 교수가 스가 전 총리의 발언을 재조명했기 때문인데요. 서 교수는 "2014년 중국에 안중근 기념관이 개관하자 스가 전 총리는 일본의 초대 총리를 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해 일본 우익 세력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스가 전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발을 맞춰왔기 때문에 그와 외교 노선도 일치합니다. 아베 전 총리의 국장 추도사에서 이러한 부분은 더 잘 드러납니다.

그는 아베 전 총리 책상에서 야마가타 아리토모 전기를 발견했는데, 아베 전 총리가 줄을 그어 놓은 부분이 있었다며 이를 추도사에서 읊었습니다. "함께 마음을 나누던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앞으로 세상은 어디로 가야 하나."

이 대사는 이토 히로부미가 안 의사에게 저격당해 사망했을 때 야마가타가 그를 추모하면서 쓴 것입니다. 스가 전 총리가 외교적으로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당시 이 멘트가 일본을 울린 화제의 추도사가 됐다는 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아무리 일본 2030들 사이에서 한류가 유행하고 한국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된다 해도, 결국 재등판론까지 나오며 일본을 주도하는 인물은 아베 전 총리를 충실하게 계승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정계 거물이 다시 등판해도 한일 관계에는 훈풍이 불 것 같지 않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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