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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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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전 대통령 지지자 ‘대선 불복’ 폭동…총격과 최루탄 ‘아비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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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자 수천 명이 8일(현지시간) 브라질 입법·사법·행정 3부 기관 건물을 습격하며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군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의회 앞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넘어 건물 안으로 침임해 기물을 파손하고 폭력을 행사하며 건물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이어서 시위대는 대법원과 대통령궁까지 잇따라 습격해 창문을 부수고 대통령궁에서 무기를 가져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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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회와 대법원, 대통령 궁 등에 침임해 폭동을 일으키면서 브라질리아에 연기가 가득 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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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피해 지역 방문차 대통령궁을 비웠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오는 31일까지 수도 브라질리아와 나머지 연방관구의 치안을 통제하기 위해 연방 개입을 명령했다. 그는 “폭력 행위와 공공 건물 침입으로 심각하게 훼손된 질서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이날 시위대에 대해 “파시스트”라며 그들을 확인하고 처벌할 것을 경고했다. 그는 전임 대통령인 보우소나루가 자신에게 대통령의 어깨띠를 주지 않기 위해 “삼귄침략을 자극하고 미국으로 도망갔다”고 비판했다. 앞서 보우소나루는 군사독재가 끝난 뒤 지속됐던 평화로운 권력 이양의 상징인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어깨띠를 넘겨주는 의례를 무시하고 룰라 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한 채 미국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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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지지자들의 습격을 받은 후 플라날토 궁전을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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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난동이 일어난지 6시간 후에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난동을 비판하는 트윗을 올렸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평화적 시위는 민주주의의 일부이지만 “오늘 일어난 것과 같은 공공건물 파괴와 침입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폭동에 보우소나루 전임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는 룰라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하며 그러한 비난에 대해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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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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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패배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여성, 성소수자,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심지어 민주주의에까지 반대하는 등 극우적 입장을 취했다. 그는 반대파에 대한 폭력적인 언사를 사용하고 브라질 군사 독재에 대한 향수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의 지지자들은 그를 직설적인 지도자이자 부패에 강하고 경제 성장에 강하다며 열광해왔고 대선 패배 이후에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거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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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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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이 사건으로 지금까지 200명 이상을 구금했다. 플라비오 디노 브라질 법무장관은 의회, 대법원, 대통령 집무실을 침입한 폭도들을 소탕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폭도들을 브라질리아로 데려온 약 40대의 버스를 확인했으며 이들의 재정적 후원자를 추적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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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8일(현지시간) 대통령궁을 침입한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군중은 보안군의 경계선을 뚫고 하원과 상원 건물 옥상으로 강제 진입했고 일부는 입법부 내부로 진입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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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폭동은 지난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사태를 연상시켰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하자 이듬해 1월 그의 지지자들이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침입하며 폭동을 일으켜 5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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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보안군이 8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플라날토 궁전에서 룰라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 대항해 움직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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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브라질의 이날 폭동이 미국과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BBC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백악관 수석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은 지난해 10월 브라질 선거를 전후하여 몇 주 동안 자신의 팟캐스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정 선거에 관한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렸다. 그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대선 불복을 독려했다. 그는 SNS를 통해 “룰라가 선거를 훔쳤다”며 “브라질 사람들은 이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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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8일 브라질리아에서 룰라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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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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