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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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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슈퍼챗 수익 장악한 정치 채널... 자극적 콘텐츠·가짜뉴스로 후원금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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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87만원.’

유튜브 채널 ‘시민언론 더탐사’가 작년 12월 한 달 동안 유튜브 슈퍼챗(생방송 중 후원할 수 있는 기능)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이다. 시민언론 더탐사는 작년 6월 신설된 후 이번달 유튜브가 ‘수익 창출 금지’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슈퍼챗을 통해 하루에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600만원 이상을 벌었다. 6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낸 지난달 30일 더탐사가 진행한 라이브는 2시간 분량의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와 ‘무지성 尹정권’이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정치를 소재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의 슈퍼챗 수익 독식 현상은 뚜렷해졌다. 2022년 슈퍼챗 수입 상위 10개 중 7개가 정치 관련 채널이다. 2021년에는 4개에 불과했다.

문제는 상당수 유튜브 채널들이 슈퍼챗을 유도하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이나 일방적인 주장을 편다는 것. 전문가들은 폭주하는 유튜버들을 자제시킬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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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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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전세계 유튜브 채널 데이터 집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튜브 슈퍼챗 수입 상위 10개는 ▲수와진TV ▲유재일 ▲시사타파TV ▲동준사장tv ▲열린공감TV ▲너알아TV ▲시민언론 더탐사 ▲이큐채널 ▲가로세로연구소 ▲김해꼬마TV 시즌2다.

이 중 7개 채널은 주로 정치 관련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시사타파TV’는 이종원 전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 대표가 이끌고 있는 친민주당계 유튜브 채널이다. ‘한동훈 장관 술자리’ 관련 가짜뉴스 논란을 일으킨 ‘더탐사’와 더탐사의 전신인 ‘열린공감TV’도 순위에 올랐다.

정의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 소속으로 성향을 바꾼 정치평론가 유재일씨가 운영하는 ‘유재일’,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너알아TV’, 홍준표 대구시장을 지지하는 ‘이큐채널’, 정치권·연예계 인물 사생활 폭로로 유명세를 탄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등도 인기 유튜브 채널이다.

◇ ‘노란딱지’ 도입에 유튜브 채널 ‘슈퍼챗’ 의존도 높아져

문제는 슈퍼챗이 유튜버들의 주요 수입원이 되면서 자극적인 콘텐츠나 가짜뉴스로 시청자를 현혹해 후원금을 모집하는 방식이 유행처럼 번졌다는 것이다. 일명 ‘노란 딱지’라고 불리는 유튜브 가이드라인(콘텐츠 가이드라인을 위배한 영상에 광고를 제한하는 규제) 도입으로 조회수에 따른 광고 수익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간 정치권의 진영 갈등이 심화되면서 각 진영을 대표하는 극단적 성향의 유튜버들은 후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대 진영의 주장에 맞서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쳐 후원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가세연은 진보 진영은 물론 일부 보수 인사들을 깎아내려 비판을 받았다. ‘열린공감TV’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X파일’의 출처가 됐는데, 해당 문서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 관한 신상정보를 모아 놓은 것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유튜버들은 국민의 애국심을 자극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이 무너지면 ‘나라가 망한다’는 논리로 상대 진영을 ‘악마화’시키고 지지자를 현혹해 후원을 받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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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침입한 혐의를 받는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의 강진구 대표(왼쪽)./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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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들이 폭주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이들을 규제할 수 없다.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는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정정·반론보도 등의 방법으로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나 방송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정보통신망법은 적용 받지만 허위 정보 유포를 특별히 규제하는 조항은 없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피해자들이 유튜버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외 플랫폼 기업은 국내법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에 문제가 있을 경우 개인이 플랫폼 기업 본사와 직접 소통을 한 뒤 해결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플랫폼 기업에 혐오 콘텐츠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지만, 16년째 계류 중이다.

해외에서는 자극적 정치 콘텐츠를 포함한 혐오 콘텐츠와 플랫폼을 규제하는 방안이 마련돼 있다. 2017년 독일은 극단주의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최대 약 7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을 제정했다. 유럽연합(EU)도 혐오 발언이나 허위정보, 선전 등의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는 기업에 연 매출의 최대 6%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상호 경성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국내의 경우) 현행법상으로는 피해자가 명예훼손 등으로 유튜버를 형사적으로 고소하는 등의 방법밖에 없다. 콘텐츠 자체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가짜뉴스나 자극적인 콘텐츠의 양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언론 더탐사는 지난 9일 유튜브 커뮤니티에 “유튜브에서 수익 창출을 금지했다”며 “아마도 저희 취재에 불만이 있는 분들이 집단으로 신고를 했고 그다지 똑똑하지 않은 구글의 AI(인공지능)가 멍청한 판단을 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탐사가 공개한 유튜브 알림 메시지에 따르면 유튜브가 수익 창출을 금지한 요건은 ‘괴롭힘’이다. 타인을 위협하거나 보호 대상 그룹이라는 신분 또는 신체적 특징과 같은 본질적인 속성을 토대로 모욕하는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허용하지 않는다.

채민석 기자(vege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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