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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수돗물 유충 사태

"수돗물서 발암물질"..'낙똥강 식수 파동'[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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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과없이 흘러온 공장 폐수로 낙동강 수돗물서 악취 진동

1994년 1월13일 환경부 조사결과 낙동강서 발암물질 검출

낙동강 페놀 방출사건 3년만에 다시 식수원 오염 반복

"반드시 끓여 마시라" 정부 당부..약수터 긴줄, 생수 사재기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1994년 새해 벽두부터 경상도 지역 약수터에 긴 줄이 서기 시작했다. 가정에서는 생수통을 들고 부산을 떨었고, 식당을 하는 이들은 트럭을 끌고 나타나 말통으로 물을 받아갔다. 시판이 금지된 생수는 사재기 조짐이 보일 정도로 불티나가 팔렸다. 정수기 영업 사원은 성과가 자동으로 좋아질 정도로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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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삼진그룹영어토익반에서 회사가 강에 무단으로 폐수를 방류한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는 주인공(고아성 분).(사진=롯데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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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유역에서 발생한 수돗물 파동 여파였다. 수돗물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지자체와 관공서에 들끓었다. 수돗물로 끓인 찌개에서조차 냄새가 가시질 않았고, 물을 마시고 구토와 배탈을 호소하는 환자도 속출했다.

치수 당국이 대증 요법으로 일을 키운 측면이 있었다. 강물에서 심한 악취가 나자 과도하게 약품을 투여해 없애고자 했다. 그럼에도 악취는 사라지지 않았다. 외려 수돗물의 악취에 약품 성분까지 섞여서 역겨운 냄새가 진동한 것이다. 악취 원인은 ‘겨울은 물이 마르는 갈수기라서 자정력이 약해진 탓’이라고 했다.

거슬러가 보니 공장 폐수가 낙동강으로 유출된 것이 배경으로 꼽혔다. 인체에 유해한 암모니아 성분이 여과되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3일)이 발단이었고, 잇달아서 영주공단 삼양금속 폐유 유출(6일)과 김천공단 삼화유량 기름 유출(11일)이 적발됐다. 그러나 밝혀진 게 이 정도이지 어디에서 어느 업체가, 얼마큼 유해 물질을 강으로 버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조사가 진행됐다. 김영삼 대통령까지 나서 낙동강 악취 원인을 파헤치라고 지시했다. 환경처(지금의 환경부)는 1월13일 조사 결과 벤젠 화합물과 톨루엔 물질이 낙동강 물에서 검출됐다고 확인했다. 부산과 대구, 경남 마산, 경북 달성 등 정수장에서 떠온 물을 분석한 결과였으니 사실상 낙동강 전역에서 이 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환경부는 검출된 벤젠과 톨루엔 양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지만 “당분간은 낙동강 수돗물을 끓여 마시라”고 당부했다.

앞서 암모니아 성분이 검출된 데 이어 발암물질까지 나온 것이라 파장이 컸다. 벤젠은 두통과 매스꺼움을 유발하고 심하면 백혈병을 일으키는 유독 물질이다. 톨루엔도 흡입하면 현기증과 두통을 유발한다. 미국은 벤젠과 톨루엔을 1급 유해물질로 분류하고 엄격하게 관리한다. 두 물질 모두 방부·방충 효과가 있어서 합성수지, 합성고무, 농약, 의약품 제조 과정에서 두루 쓰인다. 낙동강 유역에 형성된 산업단지가 주력하는 산업과 겹쳤다. 아울러 휘발성이 강한 두 물질은 강물에 섞이더라도 검출되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럼에도 시료에서 검출됐다는 점은 유출된 양이 상당하다는 걸로 볼 수 있었다.

1991년 페놀 유출사건을 겪은 낙동강. 이번에도 달라진 게 없었다. 성난 국민은 수도요금 납부 거부 운동을 폈다. 이회창 국무총리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를 계기로 환경처는 환경부로 승격했고, 물관리 주무 부처가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이후 물관리 사업이 집중됐지만 낙동강 물이 식수로 적합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현재도 낙동강은 4대강 가운데 오염이 가장 심각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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