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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시장이 사업 일정 당기라고 해”…대장동 재판, 한달만에 재개[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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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34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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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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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대장동 사업) 일정을 당기라고 지시했고, 일정이 만들어진 다음에 보고를 들어가니 이재명 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일정 당겨야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71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민용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시 이 시장이 사업추진일정 앞당기라는 취지의 지시해서 당시 상황에서 가장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일정표 만들어서 보고 한건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 이재명, ‘대장동 사업 속도전 ’지시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인물로, 이번 재판의 공동 피고인 중 한명입니다. 그는 2014년 12월 31일 유한기 당시 공사 개발사업본부장, 이현철 개발2처장, 공사 직원이었던 김민걸 회계사와 함께 성남시장실에서 이 시장을 만나 이 같은 회의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이 시장이) 당시 ‘지시사항’이란 문서를 만들어 배포했다”며 개발일정을 서둘러야 하고, 주민 보상조치를 마련하라는 등 9개 지시사항이 적혀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시장님 지시사항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 포함됐습니다.

-사전에 공모계획을 알려서 경쟁입찰이 될 수 있도록 하라.
-경제지 등에 기획취재를 의뢰해서 사업의 기본취지 등을 알리고 관심을 유도하라.
-실시계획수립용역 기간을 단축하여 착수부터 인가완료까지 6개월을 초과하지 않도록하라.
-주민들 이주대책을 토지 등의 이주대책 마련 시 소유기간, 거주기간, 거주면적, 세대원 수 등을 반영하여 이용상황에 맞추어 차별화하라.
-협의매수 절차와 동시에 강제수용 절차를 취하라.
-1공단 조기조성을 위하여 부분준공이 가능한지 법적검토하라.
-1공단 공원조성 계획 마련 시 공연장으로 활용 가능한지 검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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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처럼 이 대표가 여러 차례 직접 대장동 사업 관련 보고를 받으며 사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로부터 한 달 뒤인 2015년 1월 대장동 민간사업자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의 수익배분 구조를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통해 이재명 시장에게 보고했다는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다만 정 변호사는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와 관련해서는 “성남시 정책이라는 정도였을 뿐 이재명 시장이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말은 들은 적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 檢, 대장동 사업 사전 모의 입증에 주력

이날 검찰은 공사 직원 채용사실을 남 변호사가 알려줬는지, 유 전 직무대리를 알게 된 시점이 언제인지 등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질의했습니다. 검찰은 공사 측이 미리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자들과 접촉해 공모지침서를 논의하고, 민간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의 대장동 수익구조가 만들어지도록 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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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변호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의 자해로 중단됐던 대장동 사건의 재판이 지난달 9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열렸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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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는 “(남 변호사가) 공사에서 변호사를 뽑는데 지원해봐라”고 했다면서도 남 변호사가 공사에 추천한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해서도 “(공사) 면접장에서 처음봤다”며 이들과의 사전모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입사 결정되고 나서 남 변호사가 ‘들어가면 덩치가 큰 형이 있을 거다’ 라고 말한 기억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는 정 변호사가 앞선 검찰조사에서 했던 진술 내용을 번복해 검찰이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이 정 변호사가 공사에 입사할 무렵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가 대포폰 사용을 언급한 사실을 아는지에 대해 질문했는데, 정 변호사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입니다. 정 변호사는 2021년 10월 31일 검찰 피의자 신문 당시 “당시 대포폰을 만들라는 말을 듣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 자해 뒤 회복한 김만배 “재판 진행 최대한 협조”

이번 재판은 지난달 9일 이후 35일 만에 이뤄졌습니다. 화천대유 대주주로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의 자해로 재판 일정이 연기 됐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자신의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측근으로 꼽히는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와 최우향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등이 지난달 13일 체포되자 이튿날 경기 수원시 도로에 주차한 자신의 차 안에서 자해를 시도했습니다. 이후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해 재판에 다시 출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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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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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 씨는 법정에서 “저로 인해 무고한 주변 분들까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돼 괴로운 마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금은 감정을 추스르고 생각을 정리해 더 성실히 사법절차에 임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재판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측근들이 구속 기소되며 궁지에 몰린 김 씨가 그동안 부인하던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 입을 열지에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입니다.

검찰은 이날 본격적인 증인 신문에 앞서 김 씨 등 대장동 일당 5명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한 사건을 대장동 재판과 병합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공모해 공사의 내부 비밀(개발사업방식, 서판교터널 개설 계획, 공모지침서 내용 등)을 이용해 약 7886억 원 상당의 이득을 취득했다고 보고 이달 12일 추가 기소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현재 재판 중인 사건과 추가 기소된 사건의 피고인이 모두 동일하고, 범행시기·사실관계가 관련이 있어서 관련사건에 해당된다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공판은 16일에 진행됩니다. 정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지고, 추가 기소사건에 대한 병합 여부도 이날 결정됩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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