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이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시장이 사업 일정 당기라고 해”…대장동 재판, 한달만에 재개[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34화입니다.
동아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대장동 사업) 일정을 당기라고 지시했고, 일정이 만들어진 다음에 보고를 들어가니 이재명 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일정 당겨야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71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민용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시 이 시장이 사업추진일정 앞당기라는 취지의 지시해서 당시 상황에서 가장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일정표 만들어서 보고 한건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 이재명, ‘대장동 사업 속도전 ’지시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인물로, 이번 재판의 공동 피고인 중 한명입니다. 그는 2014년 12월 31일 유한기 당시 공사 개발사업본부장, 이현철 개발2처장, 공사 직원이었던 김민걸 회계사와 함께 성남시장실에서 이 시장을 만나 이 같은 회의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이 시장이) 당시 ‘지시사항’이란 문서를 만들어 배포했다”며 개발일정을 서둘러야 하고, 주민 보상조치를 마련하라는 등 9개 지시사항이 적혀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시장님 지시사항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 포함됐습니다.

-사전에 공모계획을 알려서 경쟁입찰이 될 수 있도록 하라.
-경제지 등에 기획취재를 의뢰해서 사업의 기본취지 등을 알리고 관심을 유도하라.
-실시계획수립용역 기간을 단축하여 착수부터 인가완료까지 6개월을 초과하지 않도록하라.
-주민들 이주대책을 토지 등의 이주대책 마련 시 소유기간, 거주기간, 거주면적, 세대원 수 등을 반영하여 이용상황에 맞추어 차별화하라.
-협의매수 절차와 동시에 강제수용 절차를 취하라.
-1공단 조기조성을 위하여 부분준공이 가능한지 법적검토하라.
-1공단 공원조성 계획 마련 시 공연장으로 활용 가능한지 검토하라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찰은 이처럼 이 대표가 여러 차례 직접 대장동 사업 관련 보고를 받으며 사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로부터 한 달 뒤인 2015년 1월 대장동 민간사업자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의 수익배분 구조를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통해 이재명 시장에게 보고했다는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다만 정 변호사는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와 관련해서는 “성남시 정책이라는 정도였을 뿐 이재명 시장이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말은 들은 적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 檢, 대장동 사업 사전 모의 입증에 주력

이날 검찰은 공사 직원 채용사실을 남 변호사가 알려줬는지, 유 전 직무대리를 알게 된 시점이 언제인지 등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질의했습니다. 검찰은 공사 측이 미리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자들과 접촉해 공모지침서를 논의하고, 민간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의 대장동 수익구조가 만들어지도록 했다고 봅니다.

동아일보

남욱 변호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의 자해로 중단됐던 대장동 사건의 재판이 지난달 9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열렸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 변호사는 “(남 변호사가) 공사에서 변호사를 뽑는데 지원해봐라”고 했다면서도 남 변호사가 공사에 추천한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해서도 “(공사) 면접장에서 처음봤다”며 이들과의 사전모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입사 결정되고 나서 남 변호사가 ‘들어가면 덩치가 큰 형이 있을 거다’ 라고 말한 기억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는 정 변호사가 앞선 검찰조사에서 했던 진술 내용을 번복해 검찰이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이 정 변호사가 공사에 입사할 무렵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가 대포폰 사용을 언급한 사실을 아는지에 대해 질문했는데, 정 변호사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입니다. 정 변호사는 2021년 10월 31일 검찰 피의자 신문 당시 “당시 대포폰을 만들라는 말을 듣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 자해 뒤 회복한 김만배 “재판 진행 최대한 협조”

이번 재판은 지난달 9일 이후 35일 만에 이뤄졌습니다. 화천대유 대주주로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의 자해로 재판 일정이 연기 됐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자신의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측근으로 꼽히는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와 최우향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등이 지난달 13일 체포되자 이튿날 경기 수원시 도로에 주차한 자신의 차 안에서 자해를 시도했습니다. 이후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해 재판에 다시 출석했습니다.

동아일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김 씨는 법정에서 “저로 인해 무고한 주변 분들까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돼 괴로운 마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금은 감정을 추스르고 생각을 정리해 더 성실히 사법절차에 임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재판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측근들이 구속 기소되며 궁지에 몰린 김 씨가 그동안 부인하던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 입을 열지에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입니다.

검찰은 이날 본격적인 증인 신문에 앞서 김 씨 등 대장동 일당 5명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한 사건을 대장동 재판과 병합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공모해 공사의 내부 비밀(개발사업방식, 서판교터널 개설 계획, 공모지침서 내용 등)을 이용해 약 7886억 원 상당의 이득을 취득했다고 보고 이달 12일 추가 기소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현재 재판 중인 사건과 추가 기소된 사건의 피고인이 모두 동일하고, 범행시기·사실관계가 관련이 있어서 관련사건에 해당된다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공판은 16일에 진행됩니다. 정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지고, 추가 기소사건에 대한 병합 여부도 이날 결정됩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