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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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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네덜란드 총리와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논의…난기류도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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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7일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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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지원과 공급망 안정 등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날 중요한 의제 중 하나는 미국의 대(對)중국 경쟁에서 핵심 전략인 반도체 기술 수출 통제였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결과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은 국제 현안 및 역내 이슈에 대한 협력을 심화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ㆍ태평양에 대한 공동 비전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지원, 민주주의 강화 및 인권 존중, 규칙에 기반을 둔 세계 질서, 안전한 공급망과 핵심기술이 갖는 중요성을 다뤘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네덜란드가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데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소리(VOA)가 전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반도체 관련 대중 수출 통제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 문제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갖는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이슈와 함께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또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동참하도록 하는 데 진전이 있냐는 질문에 “우리는 어떤 동맹이나 파트너 국가도 압박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그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주변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네덜란드 총리에게 미국이 시행 중인 수출통제 조치를 도입할 것을 요청했지만 뤼터 총리가 선뜻 동의하진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전선과 관련해 최근 네덜란드에서 일부 난기류가 감지되는 장면이 있었다. 양국 정상회담 이틀 전인 지난 15일 리에 슈라이네마허 네덜란드 통상장관은 TV 인터뷰에서 “미국과 오랜 기간 얘기했는데 지난 10월 새 규칙(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을 들고나오면서 논의 틀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년간 미국이 우리를 압박했다고 우리가 점선 위에 실선을 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린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기술 및 제조 장비 등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 정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미국 기업이 중국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판매하는 것을 규제했다. 미국의 일방적 조치인데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를 보유한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도 자국 기업에 같은 조치를 해야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적·군사적 발전 능력을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 핵심 장비인 노광장비 생산업체 ASML이 본부를 두고 있다. 네덜란드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바이든 정부의 대중 수출 통제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슈라이네마허 장관은 "반도체 제조를 아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과 반도체 기술이 군사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에 공감하지만, 미국 정책을 쉽게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도 중요한 무역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인터뷰에서 회사 매출의 15%가 중국에서 나오는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으로 2019년 이후 최첨단 장비의 중국 수출길이 막혔다고 말했다. 베닝크 CEO는 기업이 충분히 “희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D.C에선 네덜란드가 난색을 보이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은 그동안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를 네덜란드, 일본과 협의해 왔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을 미국 KLA,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엔 백악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했는데,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은 미·일 양국 정상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가졌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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