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안전운임제 후속 대책에 화주·운송사·차주 모두 불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일몰된 안전운임제 후속 대책으로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화주(화물의 주인)와 운송사, 차주 모두 각자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해 관계자가 많은 운송시장 구조 특성상 최종 대안을 마련하기까지 진통이 클 전망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 18일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화주·운송사·차주 대표가 참여한 ‘물류산업 발전 협의체’를 구성, 안전운임제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에 물류산업 발전 협의체 논의 내용이 담겨 사실상 정부안이다.

조선비즈

지난 1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에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핵심은 운임 결정 체계다. 기존 안전운임제는 화주가 운송사에 주는 ‘안전운송운임’과 운송사가 다시 차주에게 주는 ‘안전위탁운임’을 정해서 강제하는 구조였다. 새롭게 추진하는 표준운임제는 운송사가 차주에게 주는 운임은 강제하되 화주와 운송사 간 운임은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기로 했다. 화주 처벌 조항도 사라진다.

운송사들은 표준운임제 방식이 사실상 불법으로 내몬다는 입장이다. 최저가낙찰제가 만연한 상황에서 화주가 적정 운임을 지급하지 않으면, 운송사 역시 차주에게 지급해야 할 운임을 다 주기 어렵다는 취지다. 부산에서 컨테이너 운송사업을 하는 A씨는 “운송시장에서 대형 화주가 우월한 지위를 갖고 있고 영세 운송사는 사실상 협상력이 없다”며 “화주에게 받은 돈이 적은데 차주에게 어떻게 제대로 운임을 지급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차주들도 반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성명을 통해 “(표준운임제는) 화주 책임을 삭제해 사실상 안전운임제를 무력화하는 법 개정 방향”이라며 “제도 개악안을 폐기하고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안전운임제 연장 법안을 우선 처리한 뒤 발전 방안을 논의할 것”을 주장했다.

조선비즈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상·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화주들 역시 불만이 있다. 정부안에는 표준운임을 결정하는 운임위원회를 공익위원 6명, 화주 대표 3명, 운송사 대표 2명, 차주 대표 2명으로 구성하는 방식이 담겼다. 기존보다 공익위원은 2명 늘어나고, 운송사와 차주 대표는 1명씩 줄어든다. 하지만 화주들은 사실상 입장이 같은 차주·운송사 대표가 여전히 화주 대표보다 많아 안전운임위원회 때처럼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날 열린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 공청회에서 화주들을 대표해 참석한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회원서비스본부장은 “지난 3년간 안전운임위원회 협의 과정을 살펴봤을 때 화주 대표의 인원수가 부족해 사실상 의견들이 많이 배제됐다”며 “새로운 운영위원회는 수요자인 화주와 공급자인 운송사·차주를 동일하게 하든지 아니면 국토부와 공익위원들이 국민 경제 등을 고려해 알아서 결정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다른 대책에 대해서도 화주·운송사·차주마다 입장이 엇갈렸다. 차량등록원부 위수탁차량의 소유자를 운송사에서 위수탁 차주로 바꾸는 것을 두고 차주는 찬성하지만, 운송사는 반대하고 있다. 차주의 디지털운행기록(DGT) 제출을 의무화해 2시간마다 15분 휴식을 준수하는지를 확인하는 방안도 화주는 긍정적 안전 대책으로 보지만, 차주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여당, 야당, 이해관계자들과 더 논의를 진행해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그동안 운송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적 시도가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 조정에 실패한 적이 많아 점진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류업체 관계자는 “운송시장은 참여자가 많고 복잡한 구조여서 한번에 다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핵심 쟁점인 운임 문제에 집중하고 단계적으로 제도를 고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