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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국가 부름 기다린다" 23세 우크라 청년의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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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시민들의 확고한 병역 의지…비대상자는 군인 헌신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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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침공 대비' 목총 들고 훈련받는 우크라 여성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키이우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청년 오스타프 씨는 한눈에도 다부진 몸집이 눈에 띄는 건장한 23세 청년이었다.

말과 행동에도 자신감이 넘쳤지만, 뽀얀 피부에 수염이 적어 앳된 모습도 남아 있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 키이우 도심 번화가인 보흐다나 흐멜니츠코호 거리에 있는 커피숍에서 일하던 오스타프 씨는 인터뷰 요청에 "마침 손님이 없어서 상관없다"며 흔쾌히 응했다.

전시에 성인 남성으로서 군대를 가야 하지 않느냐는 불편한 질문에 "또래 남성은 많이들 군대를 가려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는 거침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스타프 씨는 이어 "이미 입대 신청은 했지만 아직 영장이 안 나왔다"며 "입대에 대한 걱정은 없고, 일단 일하면서 기다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라에서는 당장 많은 군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며 "지금은 직업군인 외에 동원병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쟁이 어떻게 끝날 것 같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우리가 이긴다. 다들 그렇게 믿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대화를 마치고 일어서는 오스타프 씨의 강한 악수에서는 그의 자신감과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튿날인 7일 키이우 독립광장에서 만난 29세의 야로슬라프 씨는 부인, 어린 아들과 주말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지금 당장 힘들다고 협상을 바라는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다"며 "이번 전쟁은 승리해야만 한다. 국가가 부르면 당장 달려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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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 정교회 성탄절
(키이우[우크라이나]=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7일(현지시간) 정교회 성탄절을 맞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성 볼로디미르 성당에서 시민과 군인들이 예배를 하고 있다. 2023.1.8 ondol@yna.co.kr


동원 대상자들의 굳은 결의와는 별개로, 동원 대상이 아닌 이들은 군인들의 헌신과 희생을 잊지 않았다.

정교회 성탄절인 7일 시민들은 전장에서 싸우는 영웅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했다.

친구와 함께 성 볼로디미르 대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아나스타샤 씨는 "오늘도 우리 주변의 누군가는 전투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들 영웅이 모두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코스티아 씨도 "우리 모두 영웅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오늘은 특별히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나라를 지키는 영웅들이 없다면 지금 성탄절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러시아를 패전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서방의 지원 덕분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와 국민이 똘똘 뭉친 항전 의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강한 안보를 위해서 병력과 장비, 예산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단결된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전쟁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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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광장 전쟁 희생자 추모 깃발
(키이우[우크라이나]=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7일(현지시간) 정교회 성탄절을 맞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독립 광장에서 한 시민이 러시아 침공 희생자 추모 공간을 살피고 있다. 2023.1.8 ondol@yna.co.kr


최근 국내에서는 한 병역 브로커에서 출발한 병역 비리 의혹이 스포츠·연예계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이들은 가짜로 뇌전증 진단을 받고 병역을 면제 또는 감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 병역 기피자로 의심되는 이들의 수는 70명이 넘는다고 한다.

검찰은 기피 의심 대상에 고위 공직자 또는 법조계 자제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에도 공식 종전은 하지 않은 채 북한과 70년째 '대결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의 핵무장에 따라 우발적인 핵전쟁 위기까지 고조되고 있다.

상상하고 싶진 않지만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위기가 실제로 닥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국가는 국민의 전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키이우에서 만난 오스타프 씨, 야로슬라프 씨는 우리에게 쉽지 않은 질문을 던져줬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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