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황보제민 교수팀 개발 ‘라이보’
모래밭서 초속 3m로 달려···27kg 중량
험지 순찰·재난 현장 구조에 활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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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팀이 개발한 사족 로봇이 해변의 모래사장을 달리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
국내 연구진이 해변의 모래사장처럼 발이 푹푹 빠지는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뛸 수 있는 개 형태의 사족 로봇을 개발했다. 험지를 순찰하거나 재난 현장에서 사람을 찾는 일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팀은 모래밭처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양새가 변하는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걷거나 달릴 수 있는 사족 로봇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최신호에 실렸다.
‘라이보’라는 이름이 붙은 연구진의 사족 로봇은 중량 27㎏에 대형견 수준의 덩치를 지녔다. 동력은 몸체에 내장된 배터리를 통해 작동하는 전기모터에서 얻는다. 다리에는 관절이 달려 있다.
연구진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이 로봇의 성능이 잘 나타난다. 해변을 안정적인 자세로 걷는가 싶더니 일순간 모래를 흩뿌리며 질주하기 시작한다. 연구진은 이 로봇이 발이 잠기는 모래사장에서 최고 초속 3.03m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열심히 조깅하는 속도다. 연구진은 이 로봇이 풀밭이나 침대 매트리스, 육상 트랙에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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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KAIST) 황보제민 교수팀이 개발한 사족 로봇이 다양한 지형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 로봇은 발이 빠지는 모래 사장에서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뛸 수 있도록 고안됐다. 카이스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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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여년 새 사족 로봇은 과학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바퀴로 이동하는 운송 수단과는 달리 비포장도로를 거뜬히 다닐 수 있어서다. 구덩이에 바퀴가 빠져 올짝달싹 못하는 일도 피할 수 있다.
문제는 로봇의 걸음걸이를 최적화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과학계에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지형에서 일어날 법한 보행 사례들을 저장해 두고, 이를 통해 로봇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걸음걸이를 제어할 수 있게 한다.
연구진은 새로운 수학적 기법을 적용해 이 시뮬레이션의 양과 질을 크게 끌어올렸다. 작은 알갱이인 모래가 힘을 받을 때마다 모양새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다양하고 정밀하게 예측했다.
연구진이 만든 사족 로봇이 모래사장에서 발이 빠지는데도 뒤뚱거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걷거나 뛸 수 있는 이유다. 모래사장을 이렇게 질주하는 건 다른 해외 연구진이나 기업이 만든 사족 로봇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능력이다.
연구진은 로봇에 인공신경망 기술도 넣었다. 모래를 밟을 때마다 나타나는 지형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다리의 관절을 펴거나 구부리는 수준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게 했다.
황보 교수는 “이 로봇은 향후 공장이나 병영 등에서 순찰을 하거나 몸통에 팔을 달아 물류 운송을 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난 현장에 투입해 인명을 구조하는 데에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약 3년 뒤 이번 사족 로봇 기술을 상용화 단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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