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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민주당이 띄운 ‘횡재세’, 난방비 고통 서민들의 대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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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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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난방비 폭등의 해결책으로 횡재세를 제안하면서 횡재세(초과이윤세)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유가로 초과이익을 거둔 정유사 등 기업들에게 별도의 세금(횡재세)을 걷어 취약계층에게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것으로 일종의 법인세 증세가 된다.

정부· 여당은 야당 제안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법인세, 종합부동산 감세 등으로 위기상황에서 서민을 지원할 재정이 부족해지면서 이같은 논의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유업계가 횡재세 압력에 맞서 자체 특별기금 조성 등 대안을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이 난방비 폭탄을 맞고 있어 횡재세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횡재세 도입을 공식 제안했다. 지난 27일 전북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 회의에서도 그는 “천문학적 영업 이익을 거둔 초거대 기업이 위기 극복에 동참할 길을 마련해야 한다”며 “횡재세든, 연대 기여금이든 국회와 기업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가듭 횡재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횡재세는 정부 정책이나 대외 환경 급변으로 기업이 얻은 막대한 초과 이익에 대해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소득세를 뜻한다. 부과 대상은 정유업계다. 지난해 정유업체는 국제유가 상승에 정제마진 강세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각각 5조4233억원, 3조7550억원으로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빅4’ 소속 임직원들은 월 기본급의 1000~150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는다.

지난해 고유가 국면 속에 정치권에서 횡재세 도입 움직임이 있었지만 정부와 정유업계 반대에 부딪혀 흐지부지 됐다. 이성만 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횡재세 법’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국제 유가 하락과 맞물려 사라졌다.

정부·여당은 횡재세 도입에 여전히 반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횡재세 도입에)전혀 동의할 수 없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특정 기업이 특정 시기에 이익이 난다고 해서 횡재세 형태로 접근해 세금을 물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에 수익이 나면 법으로 정한 법인세를 통해 세금을 납부하는 게 건강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성일종 국민의 힘 정책위의장도 지난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재원 등에 대한 어떤 준비도 없이 (이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해 30조원 추경을 무리하게 주장하다 보니 비논리적인 ‘횡재세’ 발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상된 난방비 고지서가 날아 들면서 횡재세 도입 논의는 재점화될 분위기다. 지난 17일 이성만 민주당 의원 등은 석유·가스 기업에 횡재세를 거둬 일부를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으로 쓸 수 있게 하는 횡재세 후속법안이 발의했다.

정유분야의 횡재세 근거는 석유사업법이다. 석유사업법 18조는 ‘국제 석유 가격 등락으로 이윤을 거둔 업자에게 부과금을 거둘 수 있다’는 항목이 있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횡재세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며 “국내 정유사의 1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만큼 이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적으로는 영국과 이탈리아가 횡재세를 도입했다. 핀란드와 체코, 헝가리도 횡재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을 추진하지만 석유기업들의 반대가 거세다.

정유업계 일각에서 선제적으로 ‘특별기금’ 조성과 같은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08년 고유가로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정유업계는 당시 정치권에서 횡재세 부과 논의가 이뤄지자 786억원 규모의 특별기금을 마련한 바 있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고물가에 공공요금 인상으로 경제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횡재세는 꼭 필요한 대책”이라며 “횡재세는 극단적인 시장 변동이 초래한 분배적 영향을 제한하고 조절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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