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상임고문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이 미래권력에게 넘어가는 순간 당내분열과 혼란은 시작되고 그 정권은 사실상 힘을 잃는다"며 "이번 전당대회는 아직도 착근하지 못한 윤 정권을 우리가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홍 시장의 이 발언은 당권을 노리는 대권주자인 안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 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여권 차기 대권주자다. 반면 김 의원은 전국적인 인지도가 떨어져 대권주자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안 의원과 김 의원이 앞서 대권주자의 총선 공천권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것을 고려하면, 홍 시장은 김 의원 쪽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김 의원은 전날 청년정책 서포터즈 발대식에서 "다음에 자기가 대권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면 이번 총선 공천에서 자기 편을 넣고 싶은 유혹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저는 다음 대선에 출마할 마음을 접은 사람이라, 가장 공정하게 공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안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압승하는 대표가 자동으로 대선후보가 되는 일은 결코 없다"며 "대통령 임기 초반이고, 그 이후로도 3년이라는 긴 세월이 남았기 때문에 그 기간에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 사람만 대선에 오를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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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시장이 김 의원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은 여당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2007년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경선 때문이다. 당시 이명박(MB)-박근혜 후보는 정책보다는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에 골몰했고, 경선과 대선이 끝난 후에도 후유증은 길게 남았다. 경선 과정서 제기됐던 의혹들은 10년 후 대통령 탄핵과 전직 대통령 구속의 원인이 된다.
홍 시장은 이 전 대통령이 당시 경선에서 이겨 17대 대통령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MB는 반 노무현 분위기 덕에 쉽게 대통령이 되었고, 당에 남아 있던 박 전 대표는 그 후 사실상 당을 장악하고 미래권력이 되었다"며 "(MB가) 행정수도 이전 대신 서울대학교 이전과 대기업 이전을 세종시에 하겠다고 내걸었으나 박 전 대표는 한마디로 이를 거부했고 그때를 고비로 MB는 사실상 허수아비 대통령이 되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안 의원은 자신이 윤 대통령의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홍 시장은 대권주자인 안 의원이 대통령의 정책을 반대하고 나설 경우 윤 대통령이 과거 MB처럼 '허수아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반면 차기 대권주자 이야기를 꺼내기엔 다소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호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대선에 못 나가시는 분이 무슨 용단을 내린 것마냥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4년여 남은 대선을 들먹이며 불출마를 종용하는 모습은 참으로 치졸해 보인다"고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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