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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감산 없다는 삼성, 메모리 가격 하락·제조사 수익 악화 지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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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메모리 업계 파장이 예상된다. 수요가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 1위 메모리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공급량을 줄이지 않으면 D램과 낸드 플래시 가격은 하락이 불가피해 기업 수익성이 더 떨어진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더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얘기로, 삼성전자는 수익성이 떨어져도 체력이 있는 만큼 경쟁사를 더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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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은 4분기 매출 20조700억원, 영업이익 2700억원을 기록했다. 적자는 겨우 면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했다. 스마트폰·PC·서버 등 주요 메모리 고객사가 재고 조정을 지속하면서 메모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재고 조정 시 신규 수요가 없기 때문에 메모리 가격을 낮춰 판매할 수 밖에 없다. 1분기 역시 전방산업 위축으로 메모리 가격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 경우 메모리 공급사는 생산량을 조절해 판매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하반기 감산에 돌입하고 마이크론도 20% 생산량을 줄이는 배경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부 라인 운영 최적화와 생산 라인 유지보수로 공급량의 자연 감소 효과는 있더라도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거나 가동률을 조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설비투자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50%, 마이크론이 30% 설비투자 축소하는 것과 대비된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 우호적이지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부 실적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현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생산량의 자연적 감소 효과로 일부 비트그로스가 줄어들 수 있지만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그로스는 메모리 용량을 1비트(bit) 단위로 환산해 생산량 증가율을 계산한 것이다. 공급사 비트그로스가 높으면 가격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성전자의 4분기 D램 비트그로스는 한 자릿수 후반, 낸드는 10% 초반 증가했지만 평균판매가격(ASP)는 각각 30%, 20%대 하락했다.

메모리 가격 하락은 제조사 수익 악화를 야기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감산하지 않을 경우 자금 여력과 제품 경쟁력이 부족한 업체부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난야, 윈본드, 파워칩 등 대만 메모리 제조사가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공급량이 많아 재고가 쌓이면 삼성전자 등 브랜드 제품을 우선 구매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처지는 대만 메모리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1분기 메모리 수요가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삼성전자 역시 적자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경쟁사들보다 훨씬 여력이 있는 만큼 일부 손해를 감내하더라도 경쟁사에 더 큰 부담이 생기는 만큼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는 쪽으로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분기 적자가 예상되지만 마이크론은 이미 앞선 분기에 적자로 돌아섰고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도 작년 4분기 적자가 유력하다.

문제는 메모리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삼성전자도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싸우는 '치킨게임'을 벌이지 않는 한 무한정 버틸 수는 없다. 하반기 전방산업 회복으로 시장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반도체 재고가 쌓이는 현 상황에서 향후 시계는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1분기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부진과 반도체 시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신규 CPU(인텔 사파이어래피즈 등) 출시에 대비해 서버·PC용 DDR5 수요 대응을 위한 준비를 확대하는 한편 LPDDR5x 등 모바일 고용량 제품 수요에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외 시스템LSI 사업부도 업계 재고 조정에 따른 주요 제품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다만 파운드리는 주요 고객사용 판매 확대로 최대 분기 및 연간 매출을 달성했다. 첨단 공정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고객처를 다변화해 전년 대비 이익이 증가했다. 파운드리가 뒷받침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는 글로벌 경기 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주요 팹리스 업체 재고 조정 영향으로 파운드리 실적 하락세를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는 모바일용 시스템온칩(SoC) 대량 판매 제품을 확대하고 플래그십용 제품 위상을 공고히 할 계획이며 이미지센서는 차별화된 제품인 2억화소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는 차세대 GAA 공정 경쟁력을 바탕으로 3나노 2세대 공정 신규 수주를 확대하는 한편 2나노 1세대 개발에 집중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4분기 매출 9조3100억원, 영업이익 1조82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수요 감소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으나 연간으로는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34조 3800억원, 영업이익 5조9500억원을 달성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경우 신제품 수요에 대응하고 대형은 QD-OLED 수요 증가 대응과 수익성 개선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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