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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검찰, ‘진실공방’서 서울청 손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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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 서울청에 경비기동대 요청’ 안 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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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재 전 서장 공소장 적시
“참사 전 상황 파악 가능성도”

검찰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왼쪽 사진) 등의 공소장에 ‘용산서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에 경비기동대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서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오른쪽)은 용산서의 경비기동대 요청 여부를 놓고 진실공방을 벌였는데, 검찰이 김 청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경향신문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31일 입수한 이 총경, 송병주 전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경정) 등 용산서 경찰관 5명의 공소장을 보면, 서울서부지검은 “송 경정이 ‘인파 운집으로 인한 압사사고’ 예방이 아닌 ‘무단횡단 등 교통 무질서 단속’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서울청으로부터 교통기동대만 지원받기로 결정해 교통기동대 1개 제대의 지원만을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청에 경비기동대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소장에는 이태원파출소가 용산서의 지시로 서울청에 교통기동대를 요청하며 엉뚱한 부서에 연락한 사실도 기록됐다. 용산서가 참사 당일 마약 단속 등 범죄 예방에만 집중한 사실도 공소장에 담겼다.

검찰은 이 총경이 참사 당일이 가장 혼잡할 것을 알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총경은 참사 당일 오전 9시59분쯤 전날 참사 현장 인근에서 112신고 137건이 접수됐다는 보고를 받고, 오전 10시35분쯤 김 청장에게 “(112신고) 역대 핼러윈 주말 첫째날 대비 가장 많은 137건이 접수되었으나, 지역경찰 인력 동원배치와 임시 관할조정 등을 통해 신고처리 공백은 없었음” 등의 내용이 담긴 ‘이태원 핼러윈데이 1일차 상황 보고’를 했다. 검찰은 김 청장 역시 참사 당일 인파 집중으로 인한 사상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향신문

희생자 159명을 추모하는 159배 ‘10·29 이태원 참사’가 오는 5일이면 발생한 지 100일이 된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와 책임 있는 후속조처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후 희생자 159명의 안식을 기원하는 159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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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총경이 핼러윈 현장 배치 인력을 언론 보도자료에 부풀려 적도록 한 정황도 포착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총경은 참사 사흘 전인 10월26일 ‘안전하고 질서 있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위한 종합치안대책 추진’이라는 제하의 언론 홍보용 보도자료를 보고받고 승인했는데, 초안에 적힌 ‘총 126명을 이태원 현장에 배치하겠다’라는 대목을 지적하며 “배치인원 숫자가 적어 보이니 아예 200명 이상으로 확 늘려서 적어라”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보도자료 수정 지시에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검찰은 이 총경의 평소 습관상 관용차 안에서 현장 상황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큰데도 늑장·부실 대응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총경이 참사 당일 오후 8시30분부터 관용차에서 대기하며 ‘참사 현장 일대 인파가 집중돼 차도까지 밀려날 정도로 관리가 되지 않는다’ 등의 무전 송수신 내용을 청취하고 있었다고 봤다. 검찰은 “이 총경이 탄 전용 관용차에는 용산서 112 자서망(교신용 무전망) 등 무전기 4대가 설치됐는데, 평소 이 총경 스스로도 관용차에 탑승하면서 무전기 볼륨 등 작동 상태를 먼저 점검하는 습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속 운전기사가 무전기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고 여분의 배터리까지 준비해 관리하므로, 당시에도 무전기 전원·볼륨 등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무전 송수신 내용을 모두 지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했다.

공소장에는 이 총경과 정모 용산서 여성청소년과 과장(경정), 최모 용산서 생활안전과 직원(경위) 등 3명이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경위도 상세하게 담겼다. 이들은 이 총경이 참사 현장에 늦게 도착한 사실을 은폐하려고 상황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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