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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팔레스타인서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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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오른쪽)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 중심도시 라말라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 도중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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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이어 팔레스타인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양국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극우 행보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긴 하지만, 기존의 입장만 선언적으로 반복함으로써 이-팔 긴장 완화의 돌파구는 제시하지 못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면담하며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재차 표명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안으로, 미국이 그동안 고수해온 입장이기도 하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블링컨 장관은 “두 국가 해법만이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감각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국가 해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정착촌 확장, 불법 정착촌 합법화, (팔레스타인) 가옥 철거와 주민 추방, 성지의 역사적 지위 파괴, 폭력 선동과 묵인”을 꼽았다.

이는 지난해 11월 재집권 이후 ‘극우 본색’ 행보를 마다하지 않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및 우파 정치 세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착촌 확장 및 합법화는 네타냐후 총리의 대표 정책이다. 네탸나후 총리는 최근에도 요르단강 서안에 정착촌을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은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강행하고 성지 지위를 변경하겠다고 발언해 팔레스타인을 자극했다.

블링컨 장관은 팔레스타인 달래기에도 나섰다.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축소되는 희망의 지평선’에 직면해 있다”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 원조에 크게 의존하는 팔레스타인 경제를 위해 유엔을 통해 5000만달러를 추가 지원하고 4G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내각을 면담하며 최근 이 지역에서 고조된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 그는 “두 국가 해법에서부터 멀어지게 하는 모든 것들은 이스라엘의 장기적 안보와 유대 민주 국가로서의 정체성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변함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경향신문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 수색 도중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주민 9명을 사살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가자지구 접경지역에서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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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복수에 재복수를 거듭하는 ‘피의 1월’을 보냈다. 지난달 26일 요르단강 서안 북부 제닌에서 이스라엘군이 수색 작전 도중 민간인과 무장단체 대원 9명을 사살했다. 이 사태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스라엘과의 치안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틑날엔 동예루살렘 북부 시나고그(유대 회당)에서 팔레스타인 청년이 권총을 난사해 7명이 숨졌다. 지난달 28일에도 팔레스타인 소년이 가한 총격으로 이스라엘인 2명이 다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블링컨 장관의 방문이 이 지역의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알자지라는 이날 블링컨 장관의 발언을 “이스라엘에 대한 드문, 암묵적인 비판”이라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블링컨은 기존 ‘두 국가 해법’을 반복함으로써 아무런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며 “대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잊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이번 갈등이 ‘제3차 인티파다’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티파다는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의 민중봉기로, 1987년 시작된 이래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다. 지난달 25일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 보도를 보면, 팔레스타인 정책 및 연구 센터와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팔레스타인인 61%와 이스라엘 유대인 65%는 새 인티파다가 임박하고 있다고 봤다. 또한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도는 2000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양쪽에서 모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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