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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는 반복된 범죄에 무감해진 후천적 사이코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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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훈 프로파일러 KBS 라디오서 “가해자는 1차 구타 후 확인작업 및 추가 범행… 절대 심신미약 아니다”

폭행 후 사각지대서 8분간 범행한 데 대한 성범죄 수사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지적

반복 행위로 자신의 폭력성에 무감해진 ‘사회성’과 경찰 등 강자 앞에서 비굴해지는 ‘반사회성’ 혼재…이런 경우 후천적 사이코패스 진단된다고 전해

법무부의 현행 교정 프로그램 부실성도 비판

"실질적으로 작동되지 않으며, 사이코패스 점수 높아도 가석방 점수 높으면 그대로 풀려나” 주장

세계일보

지난해 5월 초면인 여성의 머리를 발로 가격하고 수차례 구타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30대 피의자의 모습. 그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JTBC ‘사건반장’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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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부산에서 남성 피의자가 귀가중이던 여성을 발로 무자비하게 폭행한 영상이 최근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 가해자가 반복되는 범죄로 자신의 폭력성에 무감각해진 이른바 ‘후천적 사이코패스’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1일 K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최영일의 시사본부’에는 프로파일러로 활동 중인 배상훈(54) 박사가 패널로 참석해 이번 사건의 특징과 가해자의 행적에 대해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피의자인 30대 남성 가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주취에 따른 심신미약’을 주장한 것에 대해, 배 박사는 “가해자의 행동을 보면 연속 동작이 아니라 구타한 뒤 확인 작업을 하고, 이후 시야가 가려진 다른 장소에서 다른 범죄를 저지른 후 도주했다”며 “절대 심신미약에 의한 범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배 박사는 “검찰이 살인미수로 20년을 구형한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그만큼 범인의 행태나 범행 은폐 시도 등이 너무 악의적이고 고의적이라고 본 것이다. 즉, 범죄의 적용은 살인미수이되, 실제로는 살인에 준하게 구형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배 박사는 “재판부에서 판결문은 엄중하게 작성했지만 형량을 너무 낮게 선고했다”고 봤다.

그는 “추가 범죄(성범죄) 정황이 보이는데 증거도 없고 수사도 이뤄지지 않아 ‘강간치상’ 부분이 빠졌다. 이것이 형량에 합산됐어야 했다”면서 “주요 범행 동기(성폭행)에 대한 수사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다. 그래서 법원 판단이 이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성범죄 수사가 이뤄졌다면) 징역 20년 선고도 적다”고 지적했다.

특히 배 박사는 가해자가 무차별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번 사건의 전체 사건 기록과 가해자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모두 봤다는 배 박사는 “범인은 피해자를 1시간 가량 따라다니고 있었다”고 전하며 “처음부터 피해자를 목표로 삼은 것이다. 단순히 기분이 나빠 그랬다는 등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애초에 특정한 어떤 행위를 하기 위해 쫓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배 박사는 “가해자는 폭행 이후 특정 공간에서 어떤 행위를 하고 사라진다. 그 시간이 8분 정도”라며 “그런데 그 시간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피해자가 당시 응급실에 실려갔을 텐데, 응급실 의사들은 환자를 살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성폭력 검사를 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초반에 사건을 수사하던 담당 형사가 신속하게 증거를 확보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없다보니 나중에는 증거가 소실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배 박사는 “이 범인은 10범을 훨씬 초과하는 전과자로, 전과 대부분이 폭력이나 성범죄 등이다. 10대 때부터 교도소에서 복역한 기간이 많다”며 가해자가 사이코패스라고 판단했다.

그는 “프로파일러 면담 기록으로 미뤄봤을 때 이 범인은 범행을 일종의 놀이처럼 생각한다. 경찰 조사를 받을 때도 마치 장난을 치듯 한다”면서 “이런 범죄자들은 사람을 폭행하고 추가적 괴롭힘 등 어떤 행위를 하는것에 대해 무감해진다. 그 대신 교도관이나 경찰 앞에서는 비굴해진다. 이런 경우는 후천적 사이코패스로 봐야 한다. 대단히 비사회적인데, 교도관이나 경찰 등 힘 있는 자 앞에서는 사회적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배 박사는 이번 사건의 가해자와 같은 범법자들을 교화시키는 현행 프로그램이 다소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무부에서 실시중인 교화 프로그램은 실질적으로는 의미가 없다”면서 “국내 전문가는 매우 적은데, 이들은 법무부 소속도 아니고 그나마 있는 프로그램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범죄자들이 교도관들에게 착하게 행동하니까 가석방 점수가 높게 나온다. 그러면 사이코패스 점수가 높아도 석방되게 된다. 이런 잘못된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고 짚었다.

아울러 보호관찰 제도에 대해서도 “관찰관 1명이 담당하는 범죄자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유선으로만 확인하고 관리를 제대로 안하게 된다”면서 “법무부의 대통령 보고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라고 당부했다.

배 박사는 끝으로 “지금보다 좀 더 통합적이고 긴 교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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