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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책 비웃는 변종 전세 사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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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국] ⑨ 대책 허점 파고드는 변종 수법 등장…전세 사기는 정말 사라질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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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전세 사기 배후추적단은 2015년 강서구 화곡동에서 시작된 전세 사기 1세대부터, 지난 2018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전역으로 활동 무대를 넘기고 조직적으로 임대사업자로 둔갑한 바지 사장을 이용해 수천 채에 달하는 집들을 먹어 치운 전세 사기 2세대까지 추적 보도했습니다.

세대가 어떻든 전세 사기의 유효 기간은 2년입니다. 스스로를 ‘천빌라’라고 부르던 숨진 빌라왕 김 모 씨도, 3,500채에 달하는 빌라를 소유했던 2400 조직도 예외 없이 세입자의 전세 만기가 돌아오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영원할 것 같던 전세 사기범들의 위세는 2년을 넘지 못하는 겁니다. 그 이후에는 잠적한 임대인과 고통받는 세입자, 무능한 정부만이 남을 뿐입니다.

변종 전세 사기 수법 등장



전세 사기 2세대의 빌라 매입은 2018년부터 치솟기 시작해 2020년에 정점에 이릅니다. 전세 사기의 유효기간이 2년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2세대 전세 사기범들은 지난해 종점에 다다랐을 것입니다. 종점의 더 정확한 의미는 국토부나 주택도시보증공사, 경찰 등 관리 당국이 사기 수법을 간파해 전세 사기범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시장에서는 세입자들도 경계심이 높아져 전세사 기범들이 전처럼 활동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바꿔 말하면, 2세대를 넘어선 새로운 전세 사기 수법이 전세 사기범들에게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021년부터 전국 각지에서 무주택자를 찾는 모집책들이 전세 사기를 기획하는 컨설팅 업체와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SBS 전세 사기 추적단이 쫓은 모집책 일당은 서울 동대문구에 작은 사무실을 두고 부산과 경남, 울산 등에서 주로 노숙자나 신용 불량자 등을 찾아내 명의 비용을 주고 바지 사장으로 삼았습니다.(바지 사장 중 일부는 명의비를 받지 않고 부동산 투자라고 생각해 자발적으로 명의를 제공한 인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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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부분은 이 바지 사장들은 전과 달리 빌라 한 채 또는 두 채만 소유한다는 점입니다. 또, 이들은 임대사업자로 둔갑하지 않고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구하는 무주택자 코스프레를 합니다. 전세 사기 2세대가 종점에 이르자 이번엔 무주택자 코스프레를 하는 바지 사장을 구해와 최대 2채까지만 명의를 넘겨주며 변종 전세 사기를 벌이는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수십, 수백 명의 바지 사장들을 관리할 수만 있다면 전처럼 수백 채에 달하는 빌라를 전세 사기에 떠밀고 리베이트를 나눠 가지며 수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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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비웃는 전세 사기



왜 무주택자일까? 그리고 왜 2채까지만 명의를 이전받는 것일까? 기존 전세 사기는 한두 명의 바지 사장이 임대사업자의 탈을 쓰고 수백 채가 넘는 빌라를 돈 한 푼 없이도 떠안을 수 있어 생겨난 문제들입니다. 때문에, 당국은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들을 이른바 ‘악성 임대인’으로 관리했고, 이들의 비정상적 거래 내역을 분석해 지난 2022년부터는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기도 했습니다. 즉, 정부가 악성 임대인을 중심으로 전세 사기에 대응하려 하자 전세 사기 일당들은 무주택 바지 사장을 사기판에 선수로 입장시킨 겁니다.

무주택 바지 사장들은 최대 2채까지만 명의를 이전받고, 임대사업자로 등록도 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하는 초강수를 두더라도 당국의 레이더에는 포착되지 않는 겁니다.

게다가 변종 전세 사기 일당은 총책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다. 조직의 우두머리만 찾으면 일망타진할 수 있는 조직범죄가 아닙니다. 대신 점조직 구조로 활동합니다. 전세 사기를 기획하는 컨설팅 업체부터 이들에게 무주택 바지 사장의 명의 정보를 전달해 주는 중간 유통책, 또 전국 각지에서 무주택 바지 사장을 발굴하는 모집책까지 서로 역할을 분담하며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수사 기관의 추적 작업이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지난해 말 93명의 바지 사장을 통해 수도권 빌라 152채를 대상으로 전세 사기를 벌인 일당을 붙잡은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도 바지 사장 중 일부는 누구를 거쳐 어떻게 모집됐는지를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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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는 사라질 수 있을까?



SBS의 취재에 응한 한 분양 업계 관계자는 “변종 전세 사기는 정부가 대책을 쏟아내며 관리에 나서자 업계에서 나름대로 수법을 비틀어 찾아낸 돌파구”라며, “지금 수사로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변종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은 수도권서만 무려 1만 채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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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기자(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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