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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원심 뒤집힌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영구 미제로 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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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바꿔치기 혐의 증명 안돼
사체은닉미수 혐의만 인정
친모만 DNA 검사로 재확인
사라진 다른 여아 행방은 오리무중


매일경제

법정으로 향하는 구미 3세 여아의 친모 <자료=연합뉴스>


2021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경북 구미의 3세 여아 사망 사건이 결국 많은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한 채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숨진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모(50)씨가 숨진 여아의 친모인 사실이 드러났지만 아이가 바뀐 부문은 증거 부족 탓에 석씨의 범행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석모(50)씨에 대한 4번째 재판인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석씨에 대해 아이를 바꿔치기 한 미성년자 약취 혐의에 대1해 1, 2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하고 감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석씨는 2018년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구미 한 병원에서 친딸인 김 모씨(24)가 낳은 여아를 자신이 출산한 여아와 몰래 바꿔치기해 어딘가에 빼돌린 혐의(미성년자 약취)로 기소됐다.

또 2021년 2월 9일 김씨가 살던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기에 앞서 아이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박스에 담아 옮기려고 한 혐의(사체은닉미수)도 받았다.

하지만 대구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상균)는 지난 2일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사체은닉미수 혐의만 인정하고 약취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아이 바꿔치기에 대한 증거 등 심리 부족을 이유로 이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원심에서는 혐의가 모두 인정돼 석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석씨에 대한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건 석씨가 자신의 손녀를 자신의 딸과 바꿔치기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석씨가 아이를 언제 낳았는지, 언제 어디서 바꿔치기했는지, 범행 동기 등이 무엇인지가 여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매일경제

구미 3세 여아를 위한 밥상 <자료=연합뉴스>


검찰은 석씨의 남자 관계 등 범행동기와 신생아의 몸무게 변화, 식별띠 분리, 신생아실 등 관리 실태, 여아의 이동 및 양육 관련 자료 등을 약취의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석씨의 범행동기에 대해 석씨가 외도를 한 다른 남성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숨진 여아를 곁에 둘 필요가 있었고 여기에 석씨의 딸 김씨에 대한 불만이 겹쳐진 것을 범행 동기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석씨가 외도 남성과의 관계 지속을 위해 숨진 여아가 필요했다면 이혼 등을 통해 외도 남성과 공동 양육하는 방법이 있고 숨진 여아를 자녀가 아닌 손녀로 살아가게 하는 것인데 이는 범행 동기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검찰은 2018년 3월 31일부터 그 해 4월 1일 여아의 몸무게가 감소한 것이 약취의 증거로 봤지만 재판부는 “해당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증인신문 결과 몸무게 변화는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아이 식별띠 분리’ 역시 검찰은 2018년 4월 1일 촬영된 사진에 식별띠가 벗겨져 있었던 것이 약취의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아이 식별띠가 벗겨진 것이 아주 이례적인 게 아니고 10명에 2~3명 정도는 벗겨진다는 간호사들의 진술에 비춰보면 사실관계가 그 시점에 아이가 바뀌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수사에도 불과하고 석씨가 언제 자신이 낳을 딸을 신생아실에 데리고 갔는지, 석씨가 바꿔치기 한 김씨의 딸을 어디로 데려갔는지, 유기했다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유기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이로 인해 이 사건은 지난 2년 간 4번째 재판을 통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심리했지만 간접 증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석씨에 대한 DNA 검사에서는 앞서 5차례 이뤄진 검사 때처럼 숨진 여아와 친모 관계가 성립된다는 과학적 사실만 재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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