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아프리카 콩고 '땅밀림' 사례 연구 결과
"지하수 움직임이 가장 큰 원인"
기후 온난화로 전 세계에서 집중 호우 현상이 잦아진 가운데, 느리지만 초대형 산사태를 유발하는 '땅밀림' 현상에는 지하수의 움직임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은 3일(현지시간) 콩고민주공화국 고원지대에 위치한 인구 50만명 규모의 부카우시에 대해 인공위성 및 항공 촬영 기록 이미지 등을 조사, 연구해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부카우시는 현재 인구가 약 50만명의 대도시다. 2030년까지 두 배 많은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급속 성장 도시다. 문제는 도시의 상당 부분이 불안한 경사면 지반에 계획도 없이 급속도로 건설됐다는 것이다. 원래는 호숫가의 평평한 해안선에서 세워졌지만 확장 과정에서 경사면에 많은 건물과 도로 등 인프라가 들어섰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부카우시. 경사지에 위험하게 건설된 도시 일부가 위태롭다. 사진출처=미 항공우주국(NA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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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부카우는 지반 불안정으로 인해 느리지만 지속적인 인프라 시설 파괴에 시달려왔다. 이중 후누(Funu) 지역의 경우는 인구 약 8만명이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연간 최대 3m까지 땅밀림 현상이 발생해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연구팀은 유럽우주청(ESA)과 이탈리아우주청(ISA)가 운영 중인 위성을 동원해 레이더 측정을 실시했다. 최근 발생한 도시 개발, 지진, 강우 등 지반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도 확인했다. 벨기에 중앙아프리카왕립박물관에 보관된 1947년부터 2018년까지 촬영된 70년간의 항공 사진도 참고했다. 특히 4년6개월간 주간 단위로 지반 이동 상태를 측정했다.
이 결과 강우나 지반 활동, 도시 개발 등이 모두 땅밀림 현상에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지하수의 흐름이었다. 지하수가 땅속 암반 틈으로 스며들어 약화시키고, 도시 건설 과정에서 설치된 도로, 빗물 배수관, 파열된 수도 파이프 등이 물의 흐름을 바꿔 경사면의 땅을 진흙화시키고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핸드워거 JPL 연구원은 "차음으로 도시의 성장과 땅밀림 현상 사이의 명확한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주택이 추가 건설되면서 생긴 상층부의 하중 때문이 아니라 물의 흐름에 의해 땅밀림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땅밀림 현상은 일반적으로 빠른 속도로 발생하는 고속 산사태가 매년 수천명의 희생자와 수십억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일으키는 것보다는 덜 위협적이다. 그러나 매년 조금씩 발생하면서 산을 붕괴시키고 때론 초대형 산사태를 일으켜 복구를 어렵게 만든다.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빅서 지역의 머드 크릭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무려 500만㎥ 규모의 돌과 토사가 고속도로를 덮쳐 복구에 상당시간이 걸리는 피해를 입혔다. 최근 지구 곳곳에서 전례없는 속도로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기후 온난화로 땅밀림 현상의 원인이 되는 집중 호우 등 이상 기후도 더욱 더 잦아지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든 머드 크릭의 초대형 땅밀림 산사태가 재현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NASA는 오는 2024년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와 함께 지표면 움직임에 대한 주야간 레이다 관측이 가능한 SAR 위성(NISAR)을 발사해 전 세계 지반 이동의 정확한 상황을 측정할 예정이다. NASA는 "산사태, 지진, 화산 폭발 등 자연재해와 관련된 지표면의 미세한 움직임을 모니터링해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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