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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실업급여 손 본다는데···정작 3명 중 2명은 받지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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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가 반복적인 실업급여에 의존하고 기업이 장려금 지원만 기대한다면 노동시장이 지속될 수 없습니다.”

정부 고용정책심의회 위원인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29일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노동부는 실업급여 수급 기준을 강화하고 반복수급자의 구직급여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실업급여를 받기 쉬운 탓에 구직자들의 구직 의욕이 낮다는 게 노동부의 주장이다.

노동부는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나아서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중소기업 사장의 말까지 인용했다.

하지만 정작 비자발적 실직자 3명 중 2명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급여를 못 받은 이유는 ‘(사용자가)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서’였다.

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지난해 직장인 13.1%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한 비자발적 실직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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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임금 150만원 미만(27.4%), 비정규직(25.5%), 5인 미만 사업장(22.8%) 등 노동시장 약자일수록 비자발적 실직 경험이 많았다. 월 임금 500만원 이상은 3.5%, 정규직은 4.8%, 300인 이상 사업장은 10.3%만 비자발적 실직을 겪었다.

지난해 비자발적 실직을 겪은 이들 중 67.2%는 ‘실업급여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실업급여를 받았다’는 응답은 32.8%에 그쳤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았음’이 42.0%로 가장 높았다. ‘고용보험에 가입했으나 실업급여 수급자격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함’이 26.1%, ‘수급자격 기준을 충족시켰지만, 자발적 실업으로 분류됨’이 15.9%로 뒤를 이었다.

항상 사업자보다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자발적 퇴사’를 강요받는다. 자발적으로 퇴사한 이들에겐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실업급여를 안 줘도 된다는 점을 사장들이 악용하는 것이다.

직장인 A씨는 “(사측이) 실업급여를 신청하기만 해도 회사 측에서 받고 있는 나라 지원금이 끊긴다는 말을 했다”며 “회사의 피해가 매우 크다는 이유로, 사직 사유를 자발적 퇴사로 하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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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는 “정부는 극히 일부인 사례만 악의적으로 모아 직장인들을 ‘나이롱 구직자’ 취급하며 실업급여 수술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입만 열면 노동약자를 얘기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정규직, 영세기업 노동자 등 노동시장 양극화의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좋아하는 법대로 고용보험 미가입 사업장을 처벌하고, 정부지원금을 이유로 ‘자발적 퇴사’를 강요하는 사용자를 엄벌해야 한다”며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실업급여 축소가 아니라 비자발적 실직자 모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일”이라고 했다.

강민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실업급여는 의사와 무관하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새 일자리를 찾기 전까지 생존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이라며 “정부는 실업급여 축소를 말하기 전에 비자발적 실업의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고, 실질적인 비자발적 실업임에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구제하는 제도와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7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 적용)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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