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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르포]무임승차 티격태격…“젊은세대만 희생” vs “노인층 필수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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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지하철 시민들 만나 보니

월급·용돈으로 고물가 생활 빠듯한데 교통비도 오르나

젊은층 “지하철 무임승차 누적 적자 일방적 부담 전가”

노년층 “은퇴자 지원 필요…연령 높이면 정년 연장해야”

고령인구 증가로 무임승차 연령 단계적 상향 목소리도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지하철과 버스 등 ‘시민들의 발’인 대중교통 운임료 인상을 앞두고 ‘노인 무임승차’ 논란이 불거지면서 세대별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서울시 지하철의 경우 매년 1조원대 누적 적자 운영으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적자폭 30%가 무임승차인 탓에 만 65세 미만 일반 성인과 청소년들에게만 요금 인상 부담을 지운다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반면 대다수 65세 이상 노년층은 은퇴에 따른 경제력 약화로 기존 무임승차 정책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상황이다. 이데일리가 5일 지하철 이용 승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젊은층, 지하철 무임승차 적자 논란에 “왜 젊은 세대만 희생 강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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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하철 1호선 용산역에서 한 노년층 시민이 지하철 이용을 위해 무임승차 카드로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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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과 학생 등 젊은층의 불만은 상당했다. 젊은 세대가 노년층 복지비용을 부담하고 희생을 강요당한다는 논리다.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만난 이모(34)씨는 “아직 취업을 못해 집에서 용돈을 받아쓰는 상황”이라며 “물가가 올라 학원비도 밥값도 비싼데 대중교통 요금까지 오른다고 하니 난처하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직장인 서모(29)씨도 “65세면 옛날과 다르게 요즘에는 정정한 나이다.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거나 일정 소득 수준 이하 등으로 지원 대상을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왜 젊은 세대에만 희생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재정이 고갈난 국민연금처럼 우리 세대가 부담만 지고 나중에 혜택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현재 대중교통 일반요금은 카드 결제 기준 지하철이 1250원, 시내버스가 1200원이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매년 1조원대 적자가 쌓이면서, 결국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을 지난 2015년 6월 이후 약 8년 만에 손을 대기로 했다. 시기는 이르면 올해 4월로 인상폭은 300원 또는 400원으로 책정했다. 만약 지하철과 시내버스 모두 400원씩 올린다면 인상률은 각각 약 32.0%, 33.3%로 대폭 오르게 된다.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가 지난달 집계한 올해 연봉협상을 마친 직장인들의 평균 연봉인상률(4.6%)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5.2%)보다 매우 큰 폭이다. 출퇴근과 등하교 등을 위해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반 서민들에게 실제로 상당한 생활 물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무임승차 기준 연령인 만 65세는 지난 1984년 대통령 지시로 무임승차 지원을 처음 시행하면서 법률로 정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5.9%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8%(927만명)까지 늘었다. 오는 2025년에는 20.6%, 2050년에는 40.1%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적자폭 축소를 위해 지자체 중에서는 대구시가 먼저 칼을 뽑고 나섰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노인복지법상 노인 연령인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그러자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들도 관련 상황을 주시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노년층, 무임승차 축소에 반발 “교통비 지원은 큰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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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지하철 2호선 한 열차에서 노령층 시민들이 노약자석과 일반석에 앉아 있는 모습.(사진=김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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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노년층에서는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장 직장에서 50대부터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설령 법정 의무 정년인 60세를 채웠다고 해도 사업과 재취업을 하지 않는 한 국민연금 수급과 개인적 노후 자금에 의존해 노년 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는 사회적 은퇴 세대를 위해 교통비 지원은 큰 복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용산구 지하철 1호선 용산역에서 만난 김모(68)씨는 “노화로 고령인구가 운전이 미숙해지고 교통사고가 난다며 운전면허 반납을 장려하면서 대중교통 무임승차 지원 축소는 상반되는 정책 아닌가”라며 “무임승차 대상 연령을 높일 거면 은퇴한 노인들의 사회적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직장 정년 연장도 같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중구 지하철 1·2호선 환승역인 시청역에서 만난 박모(71)씨는 “노인들이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낮 시간대에는 지하철에 빈자리가 많아 몇 사람 무임승차했다고 달라질 게 없지 않나”며 “대중교통 적자 문제는 무임승차가 아닌 운영사가 구조적으로 풀어가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노년층 일각에서는 늘어나는 고령인구에 따른 사회적 비용 부담 절감 차원에서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노인단체인 대한노인중앙회는 무임승차 연령을 기존 만 65세에서 만 70~75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는데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지난 3일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대한노인회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노인 무임승차 기준이 65세가 된 것은 유엔(UN)에서 정한 기준 때문이었다”며 “사회를 이끌어가는 어른으로서 지하철 누적 적자 문제에 대한 해법을 놓고 정년 연장을 포함해 먼저 제기해 사회적 합의를 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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