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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선거제 개혁

전해철 “표 더 얻기 위한 정치로 갈등 빚어…제도 개혁해 대화·타협 정치로” [심층기획-고개 드는 선거제개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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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전제

지역구 중대·대선거구제 검토 가능

비례의원 수 최소 75명은 넘어야

의석수 확대 대국민 설득도 필요

“전원위 등 전에 없던 논의의 ‘틀’ 마련”

“130여명 의원 의지도 있다. 이번에 가능”

국회에서는 내년 총선을 1년여 남겨두고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권력을 선출하는 ‘규칙’을 만드는 과정인 만큼, ‘양보’라는 말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지만 이번에는 예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중대선거구제 불 지피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전원위원회 개최를 언급하며 맞장구를 쳤다. 여야 의원 138명도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결성, 정치개혁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초당적 의원모임을 주도하는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각각 만났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참여정부 민정수석 출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조건으로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 함께 고민하던 당사자다. 그러나 이 제안은 야당인 한나라당은 물론,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조차 반대하며 무위에 그쳤다. 전 의원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은 야당에 실질적 권력을 넘겨주는 한편, 선거제 개혁을 통해 비례성과 대표성을 확보한다면 대결의 정치가 아닌 대화와 협상의 정치가 정착되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승자독식 정치문화가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 중 하나가 선거제 개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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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정치개혁 움직임은 그때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행정부 수장인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개혁을 언급하자, 입법부 수장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전원위원회 소집 카드를 꺼내 들며 화답했다. 여·야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은 9명에서 시작해 140명 가까이 불어났다. 의지가 있는 국회의원들도 적지 않은 데다 논의를 위한 기본 틀도 갖춰진 상황. 지금껏 선거제 개편 논의는 당대표 간의 밀실회담으로 끝난 적이 많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그는 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승자독식 문제점에 대해 여야 의원 공감대가 상당하다”며 “선거제 개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대안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최소 75석으로 늘린 뒤, 권역별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면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 가능성도 높이는 한편, 사표를 대량 양산하는 다수득표제의 폐단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전제로, 지역구에서는 중대선거구제와 대선거구제 등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선거제도 개편은 왜 필요한가.

“승자독식 정치의 폐단은 상당하다. 한 표라도 더 얻지 못하면 패배한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의 뜻이 반영되지 못한다. 정권을 빼앗기면 모든 것을 잃는다. 갈등을 유발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잦아졌다. 또 소수 세력은 정책 결정 참여부터 어렵다. 대결과 대립의 정치문화를 극복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출발점이라고 본다.”

-정치개혁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구상한 정치개혁은 무엇인가.

“노 전 대통령은 선거구제 개편을 위해 대연정을 제안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또 극한의 정치적 대립이 불거진 상황, 야권이 작정하면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고심 끝에 야당과 권한을 나누며 협치를 실천하되,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지역 구도를 해소할 수 있게 선거제도를 고치자고 했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 정치 발전은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보다 다양한 세력들이 국회에서 정당하게 정치적 주장을 펼치고, 정책을 중심으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선거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 의원이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국회에서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 준비 의원모임)에서 협상을 주도한 바 있다. 당시 4+1 논의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협상에 임했다.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하지 못했지만, 절충안을 마련했다. 물론 상대 정당이 위성정당을 차리면서 제도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해 안타깝다. 이에 대해 보완을 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과제와 뜻을 이어서 해내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문재인정부에서도 여러 성과를 남겼지만 정치적인 의제에서는 한 걸음도 못 나아갔다. 예를 들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라는 것을 시도했지만 2018년 11월에 한 번 한 이후로 전혀 하지도 못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을 마치고 새로 이사장으로 취임한 민주주의 4.0 연구원에서도 주요 의제로 삼아 이와 관련한 논의를 꾸준히 해왔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 서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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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발언은 어떻게 보았는가.

“국민 주목도를 높이고 정치권의 논의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했다. 비례성과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자는데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비례대표 의석 확대, 대선거구제 등 여러 논의가 나온다. 전 의원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고하고 지역구도를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낮은 비례성이다.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점유가 비례하지 않고, 과대대표되거나 과소대표되면서 대표성도 왜곡됐다. 비례의석 숫자를 충분한 수준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가능하다면 연동형이면 더욱 좋다.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를 일치시켜 비례성 강화에 강점이 있다. 이를 권역별로 실시할 경우 지역주의 극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제도 취지를 잘 구현하기 위해서는 비례의원 숫자와 비율도 충분히 확대할 필요가 있는데, 최소 75명, 100명 정도면 좋겠다.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전제로 한다면, 윤 대통령이 말한 중대선거구제와의 병존 가능성도 열어놓고 볼 수 있다. 아예 지역구 국회의원·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뽑는 현행 선거제도를 전반적으로 바꾸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다면 대선거구제도 검토해볼 수 있다.”

-농어촌 지역 국회의원에서는 도농복합선거제도를 주장하는 의견이 많다. 각자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할 수 있는가.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위주의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 공감대가 있다. 그동안 선거제 개혁에는 많은 장벽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정파를 넘어 많은 의원님이 실질적으로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초당적인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부터 요구가 분출돼 중앙에서 수렴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다양한 제안을 최대 공약수로 추려내는 일이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 서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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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선거 ‘룰’ 개편은 여야 당수들의 최종 합의로 마무리되지 않았나.

“그간 선거제 개편 논의는 정개특위에서 진행되다 원내대표 회동, 당지도부 회동 등으로 급하게 마무리되던 적이 많았다. 당내에서 충분한 동의와 공감을 이루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많은 의원님이 실질적으로 논의에 참여하고 있고, 초당적인 협력과 제안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 국회 전원위원회 등 논의의 틀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 전원위는 상임위원회 등을 거친 의안에 대한 수정안을 의결할 수 있는데, 전원위 수정안은 상임위 원안과 함께 본회의에 상정된다. 실질적으로 논의가 가능한 기구인 만큼 여러 의원이 참여해 이견을 줄여가며 안을 만들 수 있는 의사구조는 만들어진 셈이다. 이미 초당적 의원모임 숫자가 139명(6일 정오 기준)이다. 전원위와 정개특위가 논의하고, 또 각 당이 당내에서 논의해 당안을 만들어 협상한다면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정파를 넘은 초당적 논의를 통해 안을 마련하고 정개특위에 의견을 제시하고, 전원위원회 등을 통해 실제 선거구제 개편이 가능할 수 있게 나서려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도부에서는 정파적인 판단이나 일방적인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 현재 진행 중인 많은 노력과 논의 과정, 의견 수렴 결과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거제 개혁은 의석수를 늘리지 않으면 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의석수 증가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의원 1인당 대리해야 하는 국민 숫자가 2015년 기준 OECD 34개국 중 31번째로 많은 상황이다. 의석수를 늘리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민 반발 우려도 있는 만큼 의원 개개인이 가진 권리를 축소하면서 대국민 설득을 해봐야 할 것이다. 우선 비례대표 확대가 중요하다고 본다. 지역구 의석 220명, 권역별 비례대표 110석인 김영배 의원 안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데, 의석 확대가 어렵다면 300인 이내에서 225대 75, 혹은 220대 80 등으로 비례대표를 늘렸으면 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11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히는 등 개헌에 착수하자고 했다. 개헌과 동시에 선거제 개편이 이뤄질 수 있을까.

“개헌은 필요하다. 실현하기 위해 함께 역할을 해나가려 한다. 우리 정치권에 굳어져 있는 갈등과 대결, 대립의 문화를 끝내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편도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개헌을 통한 정치개혁의 제도적 완성이 중요하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5년 단임제의 한계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는데, 과도한 대통령의 권한 분산을 기본으로 의회의 국정통제권 강화와 실질화, 권력 분립을 위한 구체적인 분권화, 소통과 협치 강화를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권한 축소를 위해서는 △대통령제 변경 △대통령 국가 원수 지위 삭제 △사면위원회 심사 의무화 △인사권 축소(헌법재판소장 호선) △감사원 독립기관화 △국무총리 권한 강화 △감사위원 국회 선출 △국회 입법권 강화 △예산법률주의 도입 등이 이야기됐다. 결선투표제나 총리 복수 추천권, 장관 임명동의권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금은 선거제 개혁에 집중하려 한다. 선거제 개혁이 대화의 정치를 위한 출발점이라면 개헌은 제도화로 굳히는 방향이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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