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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어류 '14배 세슘' 검출됐는데 안전?···日, 원전 오염수 이르면 올봄 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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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일본 정부의 강행 의지에 따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올해 봄에서 여름께 예정된 가운데, 여러 전문가들이 일본의 오염수 처리 자료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후쿠시마현에서 잡힌 어류 등에서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책임한 방침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관계자는 지난 2일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한 외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8월 방류 설비 공사에 본격 착수했으며 방류를 앞두고 올봄 내로 공사를 끝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 처리해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해 거른 뒤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그런데 ALPS는 세슘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 62종을 제거할 수 있으나 삼중수소(트리튬)와 미량의 탄소-14 등은 걸러지지 않는다.

그린피스가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중수소와 탄소-14의 반감기(방사성이 50%로 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는 각각 12.5년, 5730년에 달한다. 유럽위원회(EC)는 삼중수소가 독성 방사성물질로 간주되지 않지만, 체내에 들어갈 경우 다양한 화학적 변환을 일으키므로 잠재적인 내부 피폭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식수 내 삼중수소 허용농도 기준치를 ℓ당 1만 베크렐(Bq)로 정하고 있다. 미국은 이보다 적은 ℓ당 약 700Bq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원전 앞 바닷물과 희석해 삼중수소 농도를 ℓ당 1500㏃ 미만으로 만들어 원전 1㎞ 앞바다에 내보내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일본 정부가 불완전하고 편향된 자료를 근거로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다는 과학자들의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소속 전문가들은 ALPS를 거친 오염수 저장 탱크가 가득 차기 직전 단 한번 30리터의 샘플을 대상으로 측정이 이뤄져 오염수의 실제 구성과 농도를 이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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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다’는 일본 정부 주장과 달리 후쿠시마현 수산물에서는 여전히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 2021년 4월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우럭) 1건에서 세슘 농도가 일본 정부가 정한 기준치(100㏃/㎏)를 3배가량 초과한 270㏃/㎏을 기록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조피볼락 출하 제한 지시를 내렸다가 같은 해 12월 해제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검사에서 기준치의 14배(1,400㏃/㎏)나 되는 조피볼락이 잡히면서 다시 출하가 제한됐다.

이뿐 아니라 2021년 검사 당시 이미 출하 제한 상태였던 민물고기인 곤들매기와 민물송어 각 1건에서도 역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

일본 어민 단체는 정부의 오염수 방류에 따른 이미지 악화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방류 계획에 강하게 반발했다. 사카모토 마사노부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지난달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 방침을 확인하자 “처리수(오염수)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것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어업인과 국민에 대한 설명, 피해 대책 이외에 처리수의 안전성 담보 등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진지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후쿠시마를 포함해 주변 8개 현의 모든 어종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농산물에 대해서도 후쿠시마현 쌀과 버섯류 등 14개 현 27개 품목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 수산유관단체들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물 소비 위축이 우려됨에 따라 자체적으로 대응단을 꾸렸다. 수협중앙회는 일본 원전 오염수 대응단을,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대응 대책위원회를 각각 운영 중이다.

앞서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4%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까지 남은 ‘최종관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 결과다. 일본 정부의 요청을 받고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는 IAEA는 방류 전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IAEA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내내 “과학적”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정미경 인턴기자 mic.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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