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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제재에 눌리고 내전에 갈린 시리아, 구호 난항…독일 외무 “튀르키예·시리아 국경 개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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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리아 알레포에서 7일(현지시간) 지진 피해자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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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시리아에서도 이틀 만에 2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신속한 구조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오랜 제재와 국제적 고립, 내전으로 구조가 지체되면서 시리아가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유엔 관리들을 인용해 튀르키예와 접경 지대인 시리아 북서부 바브 알하와 국경통제소에 대한 접근이 지진으로 도로가 훼손되면서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바브 알하와 국경통제소는 유엔의 구호물자가 반군 통제 지역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다. 반군 통제 지역은 시리아 전체 면적의 4%에 불과하지만 난민 300만명을 포함해 450만명이 살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이 지역 인프라의 최소 65%가 파괴됐으며, 주민 90%가 바브 알하와 국경통제소를 통해 전달되는 구호물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엔세계식량계획은 당장은 시리아 내에 비축돼 있던 물자를 사용하고 있으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리아 반군 통제 지역에서 활동 중인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의 아마르 알셀모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피해 규모가 엄청난데 여전히 외부 도움을 못 받고 있다”면서 “잔해에 깔린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국경은 구호작업을 하러 들어가는 건설 및 구조 차량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시리아의 지진 피해 지역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소수의 중장비로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NYT는 시리아 구호단체들을 인용해 바브 알하와 국경통제소 이외에도 다른 세 곳으로의 접근은 가능하지만 지진 발생 후 나머지 세 곳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의 구호품이 전달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찰스 리스터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FP 기고문에서 “국제사회가 튀르키예에는 상당한 지원을 약속했지만 평소처럼 시리아는 뒷전으로 밀렸다”면서 “지진 피해자들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덫에 걸렸다”고 말했다.

시리아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알아사드 정권과 반군 간 내전이 이어지며 50만명이 목숨을 잃고 인구의 절반이 피란민으로 전락했다. 지진 발생 후 평소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과 냉랭한 관계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이 신속한 지원을 약속했으나 반군 통제 지역에는 이웃 중동국가들의 지원이 닿기 어려울 전망이다. 알아사드 정권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장악하고 있는 이들리브와 알레포 북부 일부 지역에 대한 지원도 차단할 가능성이 높다.

오랜 내전과 알사아드 정권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의료진과 의료시설도 크게 부족하다. 미국의 시리아 금융 거래 제한 등으로 해운사들이 물류 수송을 꺼리면서 의료기기가 충분하지 않다.

시리아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는 이번 대지진에 따른 구호 활동을 위해 서방 국가들을 향해 시리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해 줄 것을 촉구했지만, 미국은 권위주의 정권과는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우리는 시리아 사람들이 이 재난에서 회복하도록 지원을 제공하려고 한다”면서도 “난 이 (구호) 자금이 시리아인들에게 가고 정권으로 가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건 변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리아 북서부 지원을 위해 러시아를 포함해 국제사회가 알아사드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곳에 인도주의적 지원이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라면서 “시리아에 대한 신속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모든 국경의 개방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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